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초여름 전국 산비탈과 들녁을 하얗게 무리지어 수놓는 것이 개망초이다. 쌀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하얀 꽃이 눈에 홀려 가까이 가보면 국화모양의 꽃이 귀엽고 앙증맞아 잡초가 아니었다면 정원에 옮겨 심고 싶었다. 개망초는 화분에서 곱고 짧게 피어 귀하게 대접받는 꽃이 아니라 어디서나 흔히 반겨주는 정겹고 아름다운 꽃이다.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도로변, 버려진 황폐한 땅이나 냇가, 둑가를 어김없이 감싸주고 폭우에도 비탈길 사면의 흙 붕괴를 막아주는 고마운 풀이다.

개망초는 구한말 북미에서 들어온 귀화식물로 흰색과 노란색의 조화가 계란프라이 같아 계란꽃이라 불린다. 경술국치를 전후로 나라가 망하고 흉년이 들 때 퍼지는 망할 놈의 풀이라는 분노를 담아 개망초라 불렀다. 질기고 억세 농사를 망치는 큰 망초와는 달리 작고 뽑기 쉬워 개망초라는 설도 있다.

개똥도 약에 쓴다는 말이 있다. 개똥쑥의 항암효과가 알려지고 말라리아 치료제로 노벨생리의약상을 수상하면서 광풍이 불어 마구 채취로 개똥쑥은 보기 힘들어졌다. 개망초는 한방에서 해열, 해독은 물론 소화작용이 있어 소화불량, 장염, 설사, 감기, 림프선염, 전염성간염, 말라리아 치료에 처방됐다. 잎과 줄기에는 폴리페놀, 꽃에는 케르세틴 등의 항산화 성분이 있어 화장품 원료로도 사용된다. 개망초는 나물, 국거리, 차, 꽃전, 튀김으로도 사용된다. 같은 개자를 쓰며 천대받던 개똥쑥과 개망초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인류를 괴롭힌 난치병 말라리아의 치료에 사용되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필자가 개망초에 관심을 가진 것은 최근이었다. 개망초를 이용한 저염김치 생산과 동물유래 장내유산균 보다 뛰어난 개망초의 유산균제와 치즈에 대한 연구였다. 동물의 배변에서 유래된 기존 프로바이오틱스를 지양해 식물유래 유산균을 프로바이오틱스로 개발하는 것은 유산균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개망초의 식물성 유산균은 저염으로도 김치 맛을 내어 건강에 유익하다 한다. 개망초는 장내 미생물을 안정화시켜 식물유래 최고의 유산균 생산의 보고이기에 개망초 김치는 일반김치보다 유산균이 100배 정도 높다고 한다. 그 밖에도 개망초를 이용한 난치병 연구가 진행 중이다. 개망초의 여러 유익함을 알기 전까지 필자는 주례사에서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인데 네잎클로버처럼 오기 힘든 행운만을 바라지 말고 어디나 널려 있는 세잎클로버처럼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 당부했다. 이제는 주례사에 강하고 흔하지만 순수하고 아름답게 모든 것을 내주는 건강에 이롭기까지 한 개망초의 삶을 배우라는 덕담을 하고 싶다.

개망초는 개와 망자를 붙여 망국을 떠올리고 농사를 망치는 잡초로 푸대접받지만 뭇 사람들은 하얗고 예쁘고 순수한 자태에 반해 천상풀이라 불렀다. 개망초의 끈질기고 강인함은 일제강점기와 격동의 시기를 보내신 꼰대로 업신여김을 받는 우리 어르신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꽃말이 화해인 것처럼 가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게 해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해주는 착한 꽃이다. 우리는 돈 많고 잘난 사람만 원하고 가까이 있는 겸손하고 익숙한 천상풀 같은 사람들을 마치 개망초처럼 대하지 않았나 돌아봐야 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