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폐암환자 70~80%는 담배흡연자이지만 30%는 비흡연자로 거의 여성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병 요인으로 주목한 것이 요리매연이다. 요리매연이란 주방에서 튀김·볶음·구이 등을 조리할 때 발생되는 초미세먼지로 미국국립암연구소는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미국환경청은 도심에서 초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대형식당으로 햄버거 패티 1장 조리 시 디젤 덤프트럭 230㎞ 운행 시의 초미세먼지가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연기로 가득한 환기가 안되는 숯불구이집은 어떨까? 야외 바베큐나 숯을 피울 때 나는 연기속에는 담배 50개비에 상당하는 벤조피렌 등의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200도가 넘는 고열로 숯불에 직화하는 과정에서 고기는 불완전 연소되고 탄 고기 속에는 벤조피렌, HCAs, PAHs 등의 발암물질이 다량 형성되고 연기속에는 초미세먼지가 수십 배 함유돼 건강에 치명적이다. 연기속의 위해물질은 DNA에 독성을 일으키고, 유전자와 결합해서 돌연변이, 유전자변이를 일으켜서 암발생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요리매연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않았던 30여년 전, 지인 호흡기내과 교수가 숯불갈비집 주방 근무자들이 유독 폐암 발생이 높다고 우려하던 기억이 난다. 지난 2021년 2월, 학교 급식종사자의 폐질환에 대한 산재가 처음 인정됐다. 밀폐된 아파트 주방에서 환기팬을 틀고 고등어 한 마리를 구웠는데도 공기청정기가 크게 경보음을 울리니 가정의 요리매연의 심각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 피해자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자동차 매연이다. 고속도로 주행 시 디젤 덤프트럭 뒤에서 차문을 열고 2시간 주행하면 담배 1000개비 발암물질을 흡입할 수 있다는 환경위생 강의가 생각난다. 최근 노후차량에서 배출되는 매연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일반차량 대비 무려 23배 이상의 발암물질과 함께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고 하니 당연한 사실이다.
자동차 매연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디젤차량이다. 디젤엔진은 가솔린보다 많은 공기가 필요한데 공기가 조금 적게 들어가도 불완전 연소돼 대량의 매연이 발생한다. 디젤매연에는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등이 포함된다. 그중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는 질소산화물이다. 질소산화물은 완전연소 될수록 악취가 나는데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초미세먼지를 과다하게 배출시켜 오존층을 파괴하고 스모그를 유발한다. 국내 온실가스 93%는 도로 위 자동차에서 발생된다. WHO는 가솔린엔진 배기가스는 2B등급 발암물질, 디젤엔진 배기가스를 2A등급에서 1등급 발암물질로 상향함으로써 세계 각국은 디젤차 운행에 엄격한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무공해차인 전기차 열풍이 불고 전기차는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2010년 초 클린디젤, 친환경이란 이미지로 디젤차량의 우수성을 과장하면서 폭스바겐은 해치백 불모지인 국내에서 Golf를 대량 팔았고 BMW는 2.0 디젤세단의 열풍을 일으켰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계기로 환경부는 디젤차량이 대기오염, 특히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주목하고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했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디젤차 생산을 중단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수입차 선호와 가성비 잇점을 악용해 판매중단된 모델의 떨이판매로 최대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각국 정부는 환경오염을 줄여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디젤매연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나와 이웃의 건강을 해치고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거리에 달리는 대기오염, 발암물질 제조기 디젤자동차나 조리시 발생하는 요리매연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