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만평 대청호에 둘러싸인 55만평 비밀정원
눈길 두는 곳곳에 한 호흡 내려놓고 바라볼 수 있는 전망
비밀의 정원에서 만나는 진정한 쉼…청남대 비경 소개

청남대 가을 전경(지난해 사진)
청남대 가을 전경(지난해 사진)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181만8000㎡(55만평)의 비밀정원이 있다. 7272만㎡(2200만평) 대청호로 둘러싸인 곳.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길 646에 위치한 청남대가 바로 그곳이다. 청남대로 가는 입구에 들어서자 백합나무가 초록의 터널을 이룬다. 봄꽃 만개하던 향연의 시간이 지나고 여름날 나무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 또 다른 매력이다. 이곳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도 이름이 올라갈 만큼 계절마다 환상적이다. 드라이브하듯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하다 보면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보이는 대청호 물결 또한 비경이다. 한 호흡 내려놓고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이 눈길 두는 곳곳에 펼쳐진다. 성취와 도전을 위해 바쁜 일정에 내몰리는 현대인들에게 쉼의 공간은 절대적이다. 산과 호수가 어우려진 곳에 조성된 청남대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한다. 대통령 별장이라는 역사적 공간으로만 알려진 청남대의 진짜 비경을 소개한다. 비밀의 정원에서 만나는 진정한 쉼을 전한다.

 

청남대에서 바라본 대청호 야경
청남대에서 바라본 대청호 야경

 

△청남대 초가정 석양…서늘한 장관

청남대에서 손꼽을 만한 비경 중 최고는 초가정에서 바라본 석양이다. 서해 낙조보다 한 수 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청호 수면으로 풀어내는 저녁 햇덩이의 색감은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서늘한 장관이다.

청남대 전망대에 오르면 다도해 같은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비경이다. 메타세콰이어숲과 낙우송길은 사진 맛집이라 할 만큼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장소다. 초가정과 골프장 뒤로 연결되는 1km쯤 되는 화합의 길은 소나무와 은행나무 단풍나무가 조화를 이룬다. 특히 가을날 이 길을 걸을 것을 추천한다. 노란색과 붉고 푸른색이 어우러진 환상적 산책코스다.

숲과 대청호로 둘러싸인 청남대의 밤은 다소 몽환적이다. 청주시 전체 평균 대비 미세먼지가 16% 낮고 초미세먼지가 20% 낮은 청정지역인 이곳에 쏟아지는 별빛은 이색적이다.

별멍을 하러 멀리 몽골까지 찾아가는 이들에게 청남대의 별빛을 한 번쯤 마음에 들일 것을 권한다.

검은 호수와 낮에는 듣지 못했던 숲의 새소리, 별빛 어우러진 고요함 속에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호수갤러리와 초가정 근처 수변에 조성 중인 청남대 물멍쉼터도 기대되는 곳이다.

 

메타세콰이어 쉼터 야간 풍경
메타세콰이어 쉼터 야간 풍경

 

△청남대 역사

1980년 준공된 대청댐은 거대한 인공호수인 대청호를 만들었다. 대청호의 자연경관과 지형적 요건, 수도권과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1983년 대통령 전용별장인 청남대가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곳’ 영춘재로 불리다 1986년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로 명칭이 변경됐다.

대통령 전용별장인 청남대는 다섯 명의 대통령(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이 총 88회에 걸쳐 366박 471일을 사용했다. 이후 2003년 4월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개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개방 후 이명박, 윤석열 대통령도 방문했다. 청남대는 별장으로 쓰이던 본관을 비롯해 52동의 각종 시설이 있다. 14km에 달하는 수변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달하는 대청호 호수에 둘러싸여 있는 생태환경의 보고이기도 하다.

 

 

△대청호를 둘러싼 규제

청남대는 개방 첫해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이후 점차 관심이 낮아져 70만 명대를 유지하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20만 명대로 감소했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해에는 50만 명에 그쳐 국민관광지의 지위를 상당 부분 잃었던 게 사실이다. 청남대의 침체는 상수원인 대청호를 둘러싼 강력한 규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스토리, 산책로가 완비되긴 했지만 최소한의 식사나 차 한 잔도 할 수 없어 불편해했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의 실현을 앞세워 충북의 757개 호수를 둘러싼 자연환경을 관광자원의 동력으로 하려는 시기인 만큼 청남대의 변화가 주목된다.

 

 

△청남대 혁신과제…문화를 덧입히다

김종기 청남대 관리소장은 올 초 부임 후 청남대 혁신과제를 위해 직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가장 최우선적으로 추진한 건 주차장 확보다. 주차 면수 600대에서 1600대로 대폭 확대함으로써 주차예약제를 폐지할 수 있게 됐다. 주차공간의 확보로 관람객 수도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야외웨딩과 각종 회의·행사 등 컨벤션 사업도 대폭 늘었다.

지난 4월 8일~6월 1일에는 빈센트 반고흐 특별전시전이 진행됐다. 전시공간 활성화 지원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추진된 이번 전시회에 총 3만7321명이 방문했다.

청남대는 대통령기념관, 호수갤러리 등 기존 건물의 기획전시 공간, 유휴공간을 갤러리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6월 서각미술전을 시작으로 7월 충북미술대전 순회전, 8월 옻칠회화전 등 특색있고 흥미로운 전시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7월 예정인 구스타프 클림트전(래플리카전)은 빈센트 반고흐전, 모네&르누아르전 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진행된 청남대 째즈페스티벌은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청남대가 앞으로 나아갈 문화적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진행된 청남대 째즈페스티벌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진행된 청남대 째즈페스티벌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청남대 대한민국 대표 힐링 교육의 장으로 발돋움

청남대 개방 20주년을 맞아 올봄 대통령 침실을 국민에게 전면 개방해 다양한 교육·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4월을 시작으로 6월 현재 5회에 걸쳐 충북지역 독립운동가 후손,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할머니, 대청호 수몰 실향민, 단양 시루섬 생존자, 고향사랑기부금 유공자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들을 초청해 역사·힐링 체험 교육을 진행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 운영해 본격적인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내년 5월 청남대 나라사랑 리더십 교육문화원도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진행된 청남대 째즈페스티벌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진행된 청남대 째즈페스티벌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청남대

청남대는 문의면 지역주민과의 상생발전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4월 문의면 기관단체와 현장중심의 소통강화, 긴밀한 협조를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5월 조례개정을 통해, 문의면 주민 청남대 무료입장과 문의면 상가 이용객 청남대 입장 시 입장료 할인(2000원) 혜택을 추진했다.

 

김종기 청남대관리소장이 청남대의 비경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김종기 청남대관리소장이 청남대의 비경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정원으로 만들어 나갈 것

김 관리소장은 “청정한 자연환경과 대통령의 역사를 바탕으로 문화의 옷을 입히고 대통령의 리더십과 인문학이 살아있는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친숙하게 찾는 곳이 되어야 한다”며 “청남대만의 독특한 매력과 시설을 통해 관광과 컨벤션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총 13곳을 선정하는 2023. 코리아 유니크 베뉴에도 충북 최초로 선정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어 “청남대는 그동안 ‘대통령별장’ 이미지에 갇혀 노령층 위주의 단체 관광지에 머물렀다. 관광객도 본관 침실을 보고 마치 다 봤다는 듯 별로 볼 게 없다는 평가였다. 이러한 청남대의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청남대를 대한민국 대표 정원으로 만들어 현대인이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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