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수비수 고종현 퇴장 등 석연찮은 판정…수적 열세 속 아쉬운 패배
굵은 빗줄기·경기장 곳곳 물웅덩이…변성환호 우승 도전 실패

한국 U-17 대표팀 / 대한축구협회
한국 U-17 대표팀 / 대한축구협회

전반전 1명이 퇴장당해 10명이 싸운 한국 17세 이하(U-17) 축구 대표팀이 '숙적' 일본에 패해 U-17 아시안컵 결승에서 준우승했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일(현지시간)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졌다.

한국과 일본은 U-17 아시안컵 결승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이 대회에서 역대 두 차례 우승(1986년·2002년)을 맛본 한국은 변성환 감독과 함께 21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지만 일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대회 최다 우승 기록(3회)을 갖고 있던 일본은 우승 횟수를 4회로 늘리고 직전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U-17 아시안컵을 제패했다.

한국은 태국과의 8강전,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 라인업에서 왼쪽 풀백만 황지성(대건고)에서 서정혁(영생고)으로 변경하고 나머지 인원은 그대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명준(포항제철고)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놓고 좌우 날개에 양민혁(강릉제일고)과 윤도영(충남기계공고)을 배치한 4-1-4-1 전술로 나섰다.

중원에는 진태호(영생고)와 백인우가 앞으로 나서고, 임현섭(매탄고)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은 가운데 강민우-고종현(매탄고)이 센터백 조합을 맞췄다. 좌우 풀백은 서정혁과 이창우(보인고)가 담당했고, 골키퍼는 홍성민(포항제철고)이 맡았다.

이에 맞서 일본은 4-4-2로 나섰다.

경기 전 내린 비로 인해 경기장 곳곳에 물이 고였고, 이로 인해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자주 미끄러져 넘어지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며 정확한 패스에 애를 먹기도 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은 경기 초반 분위기를 가져와 공세를 펼쳤다.

전반 20분 백인우가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노렸으나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27분에는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진태호가 오른발로 낮게 깔아 찬 중거리 슈팅 역시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38분에는 진태호가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을 맞았지만 오른발 슈팅이 골키퍼의 다리에 걸리며 기회가 무산됐다.

한국은 전반 44분 경합 도중 옐로카드를 받은 중앙 수비수 고종현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에 놓였다.

이어 일본은 왼쪽 페널티 지역 외곽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나와타 가쿠가 오른발 감아차기로 가까운 골대 상단 구석을 찌르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한국은 측면에서 양민혁을 빼고 유민준(풍생고)을 넣어 중앙 수비를 보강했지만 점차 일본에 주도권을 내주고 유효 슈팅을 허용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후반 5분에는 일본의 미치와키 유타카가 페널티 지역 골대 정면에서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가까스로 골키퍼가 선방해냈다.

5분 뒤에는 가쿠와 일대일 패스를 주고받으며 페널티 지역으로 침투한 사토 류노스케가 왼쪽 골 지역 외곽에서 찬 오른발 슈팅을 골키퍼 홍성민이 온몸으로 막아 냈다.

버티면서 만회 득점을 노리던 한국은 일본의 가쿠에 추가 골을 내줬다.

후반 21분 모치즈키 고헤이가 골대 정면 페널티 라인 부근에서 문전으로 살짝 공을 내줬고, 왼쪽에서 쇄도해 들어오던 가쿠는 골 지역에서 오른발로 골대 구석을 향해 차 넣었다.

이날 멀티 골을 작성한 가쿠는 5득점으로 이 대회 득점 단독 1위에 올랐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일본 유타카의 오른발 슈팅까지 허용하며 세 번째 실점을 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들이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다.

전반 44분에는 수비 상황에서 고종현이 상대를 손으로 잡아채거나 발을 걸어 넘어뜨린 것이 아닌 어깨로 상대를 밀어내는 몸싸움 과정에서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어 프리킥 위치 역시 고종현이 반칙을 범한 지점보다 앞선 위치로 지정됐다.

후반에는 주부심끼리도 상황을 다르게 이해해 코너킥과 스로인 사이에서 혼란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일본 수비수가 뒤에서 김명준을 먼저 잡아챈 뒤 함께 넘어졌지만 김명준의 파울로 선언됐다.

후반 38분에는 페널티 지역 안에서 먼저 공을 터치한 김명준이 골키퍼의 손에 걸려 넘어진 상황에서도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다.

이에 변성환 감독이 격한 항의를 하다가 도리어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경기장을 찾은 한국 팬들은 이해할 수 없는 심판 판정에 야유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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