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승룡 기자]저는 1955년 어느 봄날 청주의 용두사지 철당간 인근에서 태어났습니다. 괴산군 청천면 시장 안에 있는 중국집 주방장의 아들로, 당시 중앙 국민학교에 다니던 누님들을 따라 청주에서 자랐습니다. 민주화 운동 등 수많은 고난과 우여곡절 끝에 저는 떠난 지 50년 만에 제 고향의 도지사가 되었습니다.

‘고향에 돌아와 너무 행복하다.’

이것이 지난 1년 동안 간직하고 있었던 마음의 고백입니다.

못 배우고 가난했지만 한 평생 힘든 노동과 자식에 대한 헌신으로 일관해 오셨던, 숟가락 손톱을 가진 아버님은 59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평생 그분의 헌신적이고 완벽한, 또 이타적인 사랑을 받고 자란 것을 이 세상의 가장 큰 행복이라 믿고 살아왔습니다.

저의 부모님이 순수한 사랑을 자식들에게 홀씨처럼 흘려보내신 것처럼, 저의 지사로써의 삶 전체를 도민 여러분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홀씨>

겨울산에 눈 내리니/문밖에 아버지 오셨나보다/봄 들녘에 개망초꽃 피니/동구밖에 어머니 오셨나보다/다 주고 가셨지/남김없이 주고 가셨지/그 사랑 어디다 홀씨처럼 뿌리랴/아지랑이 피어나고 봄바람 불고/봄과 겨울은 언제나 다정히 손잡고 온다/뒷산에 누워 계신 부모님처럼/양지바른 언덕빼기/할미꽃 핀다/나 이제 나이 들어/또다시 봄 오니/주신 사랑 어디다 홀씨처럼 뿌리랴/아지랑이 피어나고 봄바람 불고/양지바른 언덕빼기/할미꽃 핀다.



‘마주 보는 당신을 섬기겠습니다' 라는 도청 정문에 걸린 보라색 현판은 제 인생 가운데 영원히 간직할 좌우명이 되었습니다.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지난 일 년을 돌이켜보면 진심으로 충북 도민을 사랑한 시간이었습니다. ‘충청북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여 충청북도를 재발견한 시간이었습니다. 바다는 없으나 757개의 아름다운 호수가 있고, 백두대간과 수만 개의 길들이 충북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흑진주, 대한민국의 스위스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충청북도는 대한민국 내 미지의 땅이자 미개척지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항만 수출 중심의 외눈박이식 사고를 버리고, 내륙의 가치를 살린다면 대한민국은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될 것입니다. 제가 중부내륙 연계발전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안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동시에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도정 핵심전략으로 내세운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북의 아름다운 호수와 수려한 산, 도시와 농촌이 가지고 있는 여유와 느림의 미학 등이 어우러져 모든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최고의 삶의 터전을 만들 것입니다.

우리 충청북도는 인문․지리적으로 대한민국의 중심이며, 한강과 금강 등이 식수와 공업․생활용수를 수도권과 충청권, 전북에 공급하는 물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우리 도는 전국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민선 8기에만 34조에 가까운 규모의 투자가 집중되는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했습니다. 미래 산업기술의 중심인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반도체, 신재생 에너지, 화장품, 식품, 물류의 명실상부한 중심이 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청주 문화제조창에 오셔서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중심으로 충북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보스턴 켄달스퀘어와 같은 첨단 바이오 클러스터를 오송에 신설되는 카이스트 바이오메디컬 캠퍼스를 중심으로 하여 K-바이오 스퀘어로 선언하였습니다. 더 나아가서 대전, 세종, 오송, 청주공항을 잇는 충청권 광역 철도의 청주 도심 통과를 정책적으로 결심해주었습니다.

드디어 청주 지하철 시대가 시작되고, 청주에서 오송을 거쳐 서울까지 1시간 이내 시대가 열리게 된 것입니다. 1905년 일제의 식민지 수탈을 위해 만들어진 경부선이 충북을 패싱하면서 생긴 충북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중부내륙의 중심으로 우뚝 설 이정표가 세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인구 3.1%, 국토 7.4%의 충청북도가 인구절벽, 지역 소멸과 지역 간 불균형의 현실에서, 백두대간에 가로막힌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상상력을 무기로 하고, 대담한 도전 의식과 전광석화와 같은 실행력을 가져야 합니다.

‘코이’라는 물고기는 어항에서 자라면 5~8cm, 수족관에서 자라면 15cm, 연못에서는 25cm 그리고 강에서는 1m넘게 자란다고 합니다. 이 비단잉어의 생태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지금 충청북도는 전략을 재정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피보팅(pivoting)이 필요합니다.

제조업 중심의 생산기반 경제에서 서비스업 성장을 통한 소비 여력의 확충이 필요합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스타트업의 성지가 되도록 하여 스타트업~벤처기업~중소기업~대기업이 동반성장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또한 탄소중립경제 실현을 위해 수소 등의 신재생에너지와 산림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환경을 살리는 것이 경제의 성장을 유도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노지전답중심의 관행농에서 스마트팜을 포함한 AI농업이 시도되어야 합니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투자를 유치하며 일자리를 늘리는 단선적인 정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교육개혁, 문화 인프라 확충, 환경의 획기적 개선, 복지의 대폭적인 개선이 없이는 충북발전의 한계에 봉착할 것입니다. 하드웨어 중심, 오프라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소프트 파워 강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과 오투 오(O2O, Online to Offline)의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소비, 서비스, 소프트 파워, 스타트 업, 스마트 팜 등 다섯 개‘ㅅ’의 피보팅이 요구됩니다.

이에 충청북도는‘중심에 서다’라는 브랜드 슬로건의 기치 아래‘대한민국의 중심’을 넘어‘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분야별로 추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먼저, 지역 특성을 살리고 지역 간 접근성을 높여 균형발전을 도모하겠습니다.

연안 중심 개발정책의 부작용을 해결하고 진정한 균형발전 실현의 기반이 될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 특별법은 국회 법안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는 우선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오송 제3산단을 단 하루도 지체함 없이 신속하게 추진하는 한편, 도내 7개 저발전지역 투자유치 전략을 강화하겠습니다.

영동~진천 고속도로는 속도감 높은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고, 중부내륙선 철도를 건설하여 수도권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청주공항과 김천 구간의 미싱링크를 연결하겠습니다. 충청권 광역철도를 비롯한 도내 전역의 도로와 철도망을 확충하고 청주국제공항을 중부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겠습니다.

미뤄왔던 충청북도의 문화 인프라 확충을 위한 그랜드 프로젝트의 첫발을 떼겠습니다. 이는 1980년대 프랑스 미테랑 정부의 자크 랑(Jack Lang) 문화부장관이 선도한 ‘그랑 프로제(Grands Projets)’가 모델입니다. 공연장, 미술관, 도서관 등 도립 문화시설을 계획하고 순차적으로 시행하겠습니다.

막대한 예산과 도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업사이클링 방식을 우선 고민하고, 5만평 부지의 자치연수원, 폐교 등 공공 유휴부지와 유휴시설을 활용하여 문화 소외지역의 문화 인프라를 확대하겠습니다. 우리가 재발견해야 할 자원인 ‘레이크파크’위에 문화예술의 이불을 덮겠습니다.

더불어 ‘문화의 소비를 늘려 문화의 생산을 견인한다’는 구상도 실현하겠습니다. 임헌정 도립교향악단 음악감독 위촉, 서울 인사동의 충북갤러리 개관, 산업장려관 혁신과 하늘정원 개장으로 시작된 도청 내 문화복지시설 확충과 함께 향후 문화소비 365 사업을 시행하고 문화예술교육 확대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2022년 현재 2,736만명 수준인 관광산업을 5천만명 관광시대로 전환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충북문화재단을 충북문화관광재단으로 재편하여 참신하고 실행력 있는 관광전략을 수립, 추진하겠습니다. 시군과 협력하여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하기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타깃층 별로 특화된 홍보마케팅, 전통시장과 연계한 관광소비 활성화 등에 전폭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겠습니다.

충북의 인재들을 세계무대에서 자라는 거대한‘코이’물고기로 키우겠습니다.

당장 이번 여름방학 기간 120여 명의 대학생과 중․고학생들을 해외로 보냈습니다.

AI‧바이오영재고와 오송 국제학교 설립, 팔라우 등 국제교육협력사업 등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여 튼튼한 글로벌 인재양성 사다리를 만들겠습니다.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실시되는 RISE 사업으로 대학과 함께 지역 성장과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교육개혁을 시도하겠습니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청년창업과 청년 일자리는 충북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역점 사업이 되어야 합니다. 청년창업 펀드, 기존의 충북 창업 펀드 등을 통합 운영하여 도내 청년창업에 최대한 투입하겠습니다. 이를 위한 논의의 틀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실행수단들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청년들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선행적 복지’로 도민을 감동시키겠습니다. 의료비 후불제는 교정을 비롯해 골절, 경제적 부담이 큰 암까지 대상질환을 대폭 확대하겠습니다.

공공보건 사각지대에 놓인 산모, 신생아, 장애인 등의 치료 가능 사망률을 낮추고, 긴급 응급 진료체계를 갖추겠습니다.

임산부 전담 구급대 운영, 공공의료기관 인력 확충 등 농촌에 산다는 이유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 치료 가능 사망률을 낮추고, 긴급 응급 진료체계를 갖추겠습니다. 의료 복지 문제는 기본적으로 노인복지와 연계하여 예방하고, 찾아가는 주치의 제도 등 충북형 의료 전달체계를 확립하여 의료 혜택의 보편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충북 농업의 획기적인 전환을 이루겠습니다. 농업의 체질 개선과 세대교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농촌문제는 지방 소멸과 도농 격차의 협소한 시각을 넘어 국토의 균형발전과 청년 일자리와 창업,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도시와 농촌문제를 함께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진행되고 성과를 거두고 있는 도시농부, 도시근로자는 통합 운영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하겠습니다. 또한, 스마트농업 육성을 통한 농촌 소득증대와 농민의 노동강도 하향, 농촌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못난이 김치사업 성과를 기본모델로 충북 농산물 판매를 위한 글로벌 마케팅을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스마트 농업의 확산을 통해 청년과 농민이 윈윈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충북형 스마트팜을 실현하여 임대형 스마트팜을 보급하고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청년 농업인을 길러내겠습니다. 농촌농업수석을 임명하여 농정정책을 입안하는데 도움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말씀드린 우리의 모든 노력의 결실은 바로 충북 도민 200만 프로젝트로 귀착됩니다. 충북을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1등 도’로 발전시켜 출산․육아․돌봄 사업을 촘촘히 만들고 출산율 1.5를 위한 진군을 시작하겠습니다.

세계충청인향우회를 통한 충북 살아보기 1개월, 3개월, 1년 과정을 만들고 생활인구 확장과 귀농귀촌 등을 통해 40만 인구확대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겠습니다. 해외 동포 2세의 충북 체험, 도시 근로자, 도시 농부와 연계한 해외유학생 국내 유치도 과감하게 해 나가겠습니다.

이 모든 문제는 대담한 계획과 과감한 도전 의식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실행력이 중요합니다. 제가 이를 실천하는 실행력 있는 도지사가 되겠습니다.

장돌뱅이 도지사는 제가 도민에게 약속한 저의 미래의 모습입니다. 앞으로의 1년이 충청북도의 100년을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충청북도 대한민국 중심에 서다.’ 충청북도의 중심에 충북도민을 세우겠습니다. 757개의 호수와 백두대간 위에 문화예술의 이불을 덮고 탄소중립의 깃발을 들고 미래로, 세계로 나아가겠습니다. 이 중심에 충북도민이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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