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혜·다연씨, 건양대병원 임상병리사로 근무

건양대병원에서 임상병리사로 근무하는 쌍둥이 자매 이다혜(왼쪽).다연씨. 가운데는 23년 두 자매의 출생을 담당했던 산부인과 이성기 교수.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과거 건양대병원 의료진으로부터 받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모든 환자에게 헌신하는 구성원이 되겠습니다”

쌍둥이 자매가 23년 전 자신들이 태어난 건양대병원에 나란히 임상병리사로 입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일란성 쌍둥이 이다혜·다연(23) 자매다.

언니 다혜씨는 지난 5월22일부터 건양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채혈실에서, 동생 다연씨는 지난 1일부터 심뇌혈관센터 심전도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자매와 건양대병원의 인연은 23년 전 시작됐다. 2000년 5월 건양대병원이 개원하고 3개월 뒤인 8월에 산부인과에서 이들 자매가 태어났다.

쌍둥이 자매의 가족은 당시 대전 유성구 문지동에 거주했는데, 건양대병원이 위치한 관저동과는 거리가 꽤 멀었다. 하지만 새로 개원한 병원으로 최신시설과 장비, 우수 의료진이 근무한다는 소식을 듣고 건양대병원을 찾았다는 후문이다.

이성기 산부인과 교수의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이들 자매는 당시 몸무게가 2.1㎏과 1.8㎏에 불과할 정도로 저체중이었다.

불가피하게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했지만 이들은 고경옥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 의료진의 극진한 보살핌 끝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덕분에 자매는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너희는 건양대병원 의료진의 보살핌 덕에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다.

어른이 되면 건양대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한 이들은 나란히 19학번으로 건양대학교 임상병리학과에 입학해 지난 2월 졸업했고, 올해 건양대병원에 입사해 꿈을 이뤘다.

언니 이다혜씨는 “어렸을 때부터 건양대병원에 어떤 형태로든 입사해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간호사, 행정직원, 임상병리사 등 여러 진로를 모색하다가 임상병리사가 되고 싶어 건양대 임상병리학과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동생 이다연씨는 “여태 살아오면서 한 번도 건양대병원 입사 외에 다른 진로를 생각한 일이 없을 만큼 진심으로 일원이 되고 싶었는데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구성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23년 전 쌍둥이 자매의 제왕절개 출산을 담당한 이성기 교수는 당시 39세의 젊은 산부인과 의사였는데, 지금은 나이 지긋한 백발의 의사가됐다.

자매가 건양대병원 가족이 됐다는 소식에 이 교수는 “23년 동안 쌍둥이 자매가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키워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제 같은 병원 동료가 된 만큼 최선을 다해 환자들을 돌보자”고 했다. 정래수 기자 raesu1971@dynews.co.kr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