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홍 전 충북도노인회 연합회장

[동양일보]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윗사람의 ‘말 꼬리 잡기’가 흥미를 끌더니, 이젠 다반사처럼 툭하면 말꼬리를 잡는 일들이 언론을 덮고 있다.

신문, 방송이야 그 같은 가십성 기사가 독자나 시청자들의 입맛을 돋워 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 같은 일들이 어쩌다 있어야 흥미를 끌거나 재치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나, 사사건건 그렇게 될라치면 식상하게 될 것이 뻔하다. 더구나 어떤 발언을 앞과 뒤의 연결부문을 잘라내고 필요한 부문만을 골라 인용해 정쟁의 빌미로 쓴다거나 어떤 사람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확연할 때가 많다.

최근 들어 단체장의 입장을 곤경에 빠뜨리게 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말꼬리’잡는 일이 너무 자주 인용되는 듯한 사회 분위기여서 감히 붓을 들었다.

그동안 우리 충북지역은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내륙도로 재난 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지대로 안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지구온난화 등 이상 기후로 인한 ‘극한호우’등이 연례적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15일 오전 8시 40분경의 미호강 제방 붕괴에 의한 오송제2지하도 참사도 예기치 못한 ‘물폭탄 장마’피해의 한 현장이었다. 이 참사로 14명의 아까운 인명을 잃어 모든 이들을 망연자실케 했다. 예고된 천재에 대비를 소홀히 했거나 관계기관의 협력체제가 이뤄지지 않아 빚어진 인재가 겹친 사고여서 현재 감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3일부터 쏟아진 연이은 폭우의 첫 피해지역은 괴산군으로 14일 괴산댐이 넘치고 달천강이 넘쳐 이날 밤 청천면 칠성면 감물면 지역 일대가 침수되어 이재민들이 학교나 마을회관 등으로 피신하는 등 곤경을 겪었다.

그래서 충북의 재난관리의 최고 책임자인 김영환 지사는 15일 오전 10시 괴산피해 현장에 달려갔다. 오송지하도 참사의 내용이 언론에 첫 보도된 것은 오전 11시가 넘어서였고, 김 지사에게 단발성 보고가 되기 시작한 것은 괴산 수해 현장에서였다. 사태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 것은 정오가 넘어서면서부터였다. 버스 등 차량이 물속에 잠겼다는 보고에 김 지사가 곧바로 오송 현장으로 달려간 것은 오후 1시20분이었다.

그리고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20일 오전 기자들이 지사가 오송지하도의 상황파악이 늦었다는 질문에 대해 “…거기는 저도 그런 아쉬움이 있는데 제가 거기(제방이 무너지는 현장에)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골든타임이 짧은 그런 상황에서 전개됐고, 어떠한 조치도 생명을 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그 때 당시엔 긴박한 상황을 괴산댐 붕괴로 보고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발언을 일부 언론들이 답변의 앞뒤를 자르고 “내가 현장에 갔었어도 생명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등으로만 표현하였다.

듣는 이들에게 도지사의 발언이 너무나 무책임한 것처럼 들릴 수밖에 없었다. 무릇 책임자의 발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전하는 이들이 애써 말꼬리를 잡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 재난의 현장에 식사를 거르며 뛰어다니는 공직자들과 자치단체장들의 노고는 실로 눈물겹다. 재난의 현장에서 땀 흘리는 그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듯한 부추김이 결코 수습과 복구에 도움이 되지 못함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말꼬리 잡기가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공복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짓이 되어서는 아니 될 일이다. ‘듣기 좋은 노래도 한 두 번이지 장 들으면 싫어진다’는 우리 속담도 있지 않는가. 다시 말하지만, 말꼬리 잡기는 정의도 충고도 아니다. 재난 현장에서 땀 흘리는 모든 공직자들이여, 힘을 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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