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한창이다. 한 정치인이 수산시장 수조의 바닷물을 마시는 퍼포먼스를 하고 어떤 가수는 원전 인근 바닷물을 패트병에 담는 패러디를 했다. 바닷물의 평균 염도는 3.5%로 바닷물 1L에는 약 35g의 소금이 들어있는데 1일 사람 소금필요량 5g의 7배량이다. 소금의 반수치사량은 체중 ㎏당 3g으로 60kg 성인에서는 바닷물 5L가 반수치사량에 해당한다. 과량의 소금을 먹으면 생체내 과도한 염분제거를 위해 물분자가 빠져나가 탈수상태에 빠지고 요독증으로 신기능이 상실되고 복통, 구토, 설사, 의식불명에 빠진다. 오염수건 아니건 바닷물에 대한 식수 논쟁은 정치쇼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류될 오염처리수에는 방사성물질 삼중수소(트리튬)가 들어 있다. 삼중수소는 수소의 방사선동위원소로 원전에서 인공적으로 생성될 뿐 아니라 수증기, 빗물, 해수, 하천수, 수돗물에 존재하고 음식이나 몸속에도 존재한다.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방사선은 베타선으로 에너지가 작아 투과력이 약해서 사람의 피부를 통과할 수 없고 체내 축적되지 않아 무해하다.

오염처리수는 마셔도 되는 물일까? 희석해서 방류하면 문제가 없을까? 핵심은 오염수의 핵종제거설비에서 걸러지지 않고 해양방류된 삼중수소가 어패류, 해조류를 섭취한 사람에게 어떤 위해성이 있는가?이다. 물 형태로 존재하는 삼중수소는 사람과 물고기 등 생태계에 농축되지 않고 천일염 제조시에는 증발해 사라진다. 따라서 삼중수소가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사람에 농축되고 천일염이 오염된다는 주장은 괴담이다. 약물이건 중금속이건 생체에 흡수된 후 체내 축적돼 위해성이 나타난다.

신약개발 초기단계에서는 미지의 신약후보물질을 실험동물에 투여해 위해성 여부를 판단한다. 신약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연구는 실험동물이나 사람에 투여된 신약후보물질이 어떻게 흡수되고 각 장기에 분포돼 대사되고 배설되는지에 대한 전 과정, 즉 약물의 운명에 대한 약물동태시험이다. 이 시험에서는 후보약물의 표지를 위해 여러 방사성동위원소가 표지화합물로 사용된다. 이중 삼중수소는 다른 방사성 물질보다 안전한 고가의 물질로 약물에 표지된 삼중수소는 전량 배출된다. 이런 장점을 활용해 특정약물에 표지하면 극히 낮은 용량에서도 약물의 흡수-분포-대사-배설과정을 정확·신속하게 알 수 있다.

2022년 세계 강물의 약물 오염실태 조사 결과, 해열진통제, 니코틴, 카페인, 항생제 및 당뇨병약 등 많은 약물이 검출돼 안전한계를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구밀도가 낮은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아마존 유역 강의 약물 오염도는 낮았지만 한강의 오염도는 상위에 속했다. 사람이 복용한 약물은 대소변을 통해 배설돼 하수처리 과정을 거치지만 분해되지 않은 채 강이나 호수로 흘러 들어가 점차 오염돼 어패류의 번식·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섭취한 사람은 약물, 항생제의 체내 축적에 의한 내성으로 건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이건 약물이건 위해성은 체내 축적 여부에 달려있다. 약물오염 외에도 오염된 강, 바다의 어패류, 해조류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 중금속, 화학물질이 우리의 몸에 축적되지 않도록 환경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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