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영 청원구 행정지원과 주무관
[동양일보]나는 공직자로서 첫 발령을 구청 1층 민원대로 배정받았다. 구청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보이는 1번 창구 자리에 앉았던 나는 공공기관 방문에 낯선 민원인들을 매일 마주했었다.
우리 부서에서 처리하는 업무가 아닌 것을 모르고 방문하는 주민, 구청이 아닌 다른 부서로 찾아가야 하는 주민 혹은 우리 지자체에서 도와드릴 수 없는 업무를 물어보는 시민도 간혹 있었다.
처음엔 무작정 1번 창구에 앉은 나에게 찾아와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고 할때면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사정을 들어보면 민원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었다.
나조차 현재 공직자로서 근무를 하고 있지만 전국 공공기관의 모든 업무를 파악하기 힘들기에 그분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나의 업무가 아니더라도 힘들게 구청까지 찾아온 민원인에게 내가 아는 한 최대한 해당 부서의 위치와 연락처를 찾아주곤 했다.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주민들도 종종 있었지만 처음 방문한 구청에서 안내를 잘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럴 때면 자연스레 다음 민원인이 방문했을 때도 한 명의 공무원이 아닌 청주시 공무원을 대표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게 됐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보면 ‘청심, 마음가짐은 언제나 청렴결백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청탁을 받아서는 안되며 생활은 언제나 검소하게 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공직사회에 들어오고 지금까지도 항상 공직자로서 청렴이 항상 강조된다. 매일 아침 근무를 시작하면 자동적으로 열리는 청렴교육 페이지를 읽고 매년 청렴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되는 대면 교육을 받았다.
이러한 교육은 나에게 청렴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도와줄 도구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공직자 한 명, 한 명이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다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일 업무를 처리하며 익숙해질 수 있는 환경에서 각자의 신념을 지키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나의 마음가짐이 청렴의 시작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청렴이란 무엇일까? 청렴은 공직자가 부패하지 않는 것으로 의미가 사용되고 있으나 내가 생각하기에 넓은 의미로는 공직자의 적극성과 투명성을 포괄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일을 하다 보면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공무원은 나의 업무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일로 인해 생겨나는 그 이후의 일까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공무원의 입장이 아닌 민원인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서로 원활한 소통이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시민의 기준이 높아짐에 따라 그에 걸맞게 공직사회도 더 빠르게 이 기준에 따라가야 할 것을 느낀다. 제도화된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을 넘어 적극적인 자세로 업무를 하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