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무용예술 반세기 정상으로 끌어 올린 ‘춤 인생 60년’ 한성준-한영숙-박재희로 이어지는 전통춤 ‘태평무’ 보유자

[동양일보]■박재희 무용인은…

△1950년 강원도 강릉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 △2019~현 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 보유 △2015~현 청주대학교명예교수 △2000~현(사)벽파춤연구회이사장 △2021~현 한영숙춤보존회장 <역임 >△1982~2015 청주대교수 △1985~2015 박재희새암무용단대표, 예술감독 △1991~1993 충북무용협회장 △1996~2003 충청지역무용교수연합회장·충청무용제전<학술심포지엄 및 무용공연> △2001~2002 연변대객좌교수 △2001~2009 청주시립무용단안무자 △2004~2005 청주대예술대학장 △2004. 85회 전국체전안무총감독 △2009~2011 문화재청문화재위원 △2010~2014 한영숙춤보존회장 <상훈>△1973 국민포장 △1992 1회전국무용제우수상 ‘종이무덤’ △1995. 충청북도문화상 △1995. 올해의예술인선정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미주지회> △1997 19회서울국제무용제우수상·안무상·미술상·연기상 ‘황토누리’ △1998.무용예술상작품상 ‘황토누리’ △2002 올해의이화인선정 △2003 대한무용학회학술상 △2005 문화관광부우수작품선정 ‘춤·직지’ △2006 15회 전국무용제대상(대통령상) ‘그 바람의 신화’ △2006 ‘올해의인물’선정 <동양일보> △2008 현대충북예술상 <현대백화점그룹/HCN방송> △2008 청석학술상 <청주대> △2015 옥조근정훈장

 

 

1980년대부터 2020년에 이르는 반세기동안 충청권 예술계에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긴 분야를 들라하면 무용예술 분야를 우선 꼽아야 할 것이다. 대전·충남·충북의 각 대학마다에 거의 무용과를 두었고, 이들 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대전·청주·천안 등 공연장이 있는 도시에서는 끊임없이 무용공연이 무대에 올려졌다. 각 대학마다 무용학과 입학 경쟁률이 높아 도시마다 무용교습소 간판이 늘어나고, 공연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부꼈다. 이같은 충청권 무용예술의 활성화에 큰 몫을 한 무용인 중 한 사람이 바로 벽파碧波박재희朴再姬(73·청주시 청원구 공항로150번길 59·101동 820호)청주대명예교수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고전무용을 시작해 대학 강단에 서기까지, 무용교수-정년퇴임-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보유자가 된 이제까지 60년 간 무용을 떠나 본 적이 없는 ‘춤꾼’이다. 그가 1985년에 창단한 ‘새암무용단’이 지역에 선을 보이자마자 국내는 물론 해외공연 초청을 받고, 전국무용경연에서 우수상을 받는 등 새로 등장한 젊은 춤패 들의 역동성과 가능성을 보이자 지역문화예술계의 이목이 쏠렸다. 1990년대 들어 그는 충청지역에 무용학과를 가진 청주대 서원대 주성대 충남대 공주대 대전대 순천향대 중부대 대덕대 단국대 등의 무용지도교수 25명이 모여 ‘충청지역무용교수연합회’를 결성한다. 충남·북 대학무용과 교수들 간의 교육정보는 물론, 지역의 한정된 공연장 활용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교류의 단체였다. 이 단체의 결속과 발전이 2000년대 초까지 지속돼 충청권무용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가 충북무용협회장과 청주시립무용단안무자가 되고 청주에서 개최된 85회 전국체전2004년식전·식후 안무의 총감독으로 ‘성공적인 대회’를 이끈 주역으로 박수를 받으면서 그는 무용지도자로 우뚝 섰다. 그러나 그를 무용인으로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한국무용계의 태두 한성준-한영숙류 무용의 뿌리를 찾고, 그 맥을 잇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그 결실들을 평생 수행하고 있음일 것이다. 그가 창단한 새암무용단이 지역을 뛰어넘어 한국의 대표무용단의 반열에 오르고, 2000년 들어 창단한 ‘벽파춤연구회’를 통해 그는 스승인 한영숙류의 전통춤 재연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새암무용단이 대학재학생중심으로 출발한 젊은 춤패들의 단체였다면, 벽파춤연구회는 무용교사 등 현역무용전문가들의 단체로 한성준-한영숙-박재희로 이어지는 전통춤을 익히는 전위대였다. 청주를 중심으로 서울·대전· 전주·대구· 천안 등을 돌며 그동안 익힌 고전무용의 진수를 전수시키려 동분서주했다. 그의 제자들 활동도 끈질기고 활발하여 지금 전국적으로 한영숙류 고전무용을 익히려는 수련자들의 수는 수천에 이른다. 문화재청은 그런 그의 열정에 보답하듯 2019년 무형문화재 태평무(한영숙류)보유자로 그를 선정하기에 이른다. 세칭 ‘인간문화재’가 된 것이다. 요즘도 그는 서울과 대구와 대전과 청주를 오가며 태평무 전수교육에 일주일 내내 요일마다를 나눠 뛰어다닌다. 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가 되면 자기가 ‘보유한 기능을 전승 보급시켜야하고, 매년 공개행사를 하여야한다’는 의무조항을 이행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평생을 추구해 온 한영숙류 태평무의 태평성대(?)를 구가하기 위한 헌신이어서 그는 오늘도 숨차게 뛰고 있는 것이다. 8월 18일 오후, 화급하게 시간을 만들어 마주 앉았다.

 

 

●바쁜 발길을 잡아서 미안합니다. 곧 ‘박재희 춤 60년’기념공연이 있다하여 서둘렀습니다.

“9월 3일 밤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갖습니다. ‘무·중·인舞·中·人-박재희 춤 60년’이라는 공연제목을 달았는데, 올해가 제가 무용을 시작하여 첫 무대에 선지 꼭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저와 문하의 무용가 37명이 무대에 오르고, 악사 등 모두 50명이 등장합니다. 태평무 등 전통춤으로 1시간 20분간 펼쳐지지요”



●전국적으로 이름 있는 춤 지도자를 많이 키우셨지요?

“제가 키운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컸지요.(웃음) 뒤 돌아보니 참 많은 제자들이 각처에서 무용지도자로 활약하고 있어 마음이 부자가 되었어요. ‘박시종무용단’을 이끄는 박시종 전 청주시립무용단 안무자를 비롯해 홍지영 대전시립연정국악원무용단 안무자, 노현식 창원대 교수(전 창원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진미 청주시립무용단감독 겸 상임안무자, 손혜영 대구예술대 겸임교수(아정무용단 대표), 고수현 충북예술고 강사…등 한국 전통춤의 중견무용가들이 지역에서 역량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고맙지요.”



●각 지역 전통춤 전수자들의 연령층은 어떤지요?

“3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의 중·장년 층이 대부분인데, 이때쯤이어야 전통춤의 내면적인 감성을 일깨워 감동을 이끌어 내는 진정한 춤 맛을 안다고 봅니다. 대학생들은 제외하고 있습니다.”



●요즘 신변에 변화는 없는지요.

“이제까지는 한영숙류 춤의 공인 이수자가 1명도 없었는데, 올 8월 17일자로 국립무형유산원에서 한영숙류 태평무 이수자가 처음으로 28명이나 인증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이제 태평무를 확장하는데 덜 외롭고 확산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봅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전통춤 ‘태평무’를 쉽게 풀어주신다면…?

“우선 충남 홍성 출신으로 한국의 명고名鼓명무名舞로 일컫는 한성준(韓成俊·1874~1941)옹이 우리나라 전통 춤을 주제의식을 갖고 체계화하고 집대성하여 무대예술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춤의 하나가 ‘태평무’지요. 그분의 손녀이자 제 스승인 벽사碧史한영숙(韓英淑· 1920~1989. 국가무형문화재)명인名人에 의해 전해졌으며, 왕과 왕비가 추는 2인 춤으로 춤의 길이는 11분쯤입니다. 태평성대에 대한 꿈의 실현과 평화 의지를 춤동작으로 표현하고 있는 품격 높은 춤이지요. 복장부터가 웃옷인 당의唐衣에 2단 금박인 대란청색 겉치마 속에 금박 1단 빨강색 치마를 받쳐 하얀 버선발의 조화롭고 조심스런 발동작이 눈에 들어오는 춤이지요. 상의의 두록색은 간색으로 음陰, 치마는 청색으로 양陽의 조화까지를 나타내는 등 그 격조는 비길 데가 없습니다. 저는 이제껏 태평무에 제 춤 인생을 걸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이 정도면 이 춤의 진수를 알겠다고 만족해 본적이 없어요. 그토록 어렵고, 오묘하고, 절제적이면서도 깊은 호소력이 있는 춤입니다.”



●이제까지의 춤 인생 60년을 돌아보면서 고마운 분들이 많았을 것인데요….

“차고 넘치지요. 그 중 몇 분만을 꼭 추려야한다면, 저를 평생 무용인으로 설 수 있도록 키워주신 부모님, 무용가는 손이 예뻐야 한다며 집안 행사에 와서도 물에 손을 넣지 못하게 하시던 시어머님을 비롯한 시댁 어른들의 자애심을 잊어선 아니 되지요. 오늘의 무형문화재가 되도록 보듬어 주신 한영숙·육완순 은사님의 손길은 그분들이 떠나고 없으신 데도 그 온기를 느낍니다. 오늘의 제가 있도록 에워싸고 아껴주신 선,후배 무용인들과 제자들의 신뢰 또한 큰 은혜였음을 늘 명심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무대공연에 몸 바쳤지만, 그 중 잊혀 지지 않는 공연이라면?

“1972년 뮌헨올림픽 때가 제가 대학 졸업 때였는데, 50명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예술단이 꾸려졌지요. 그 일원으로 선정되어 4개월간 24개국을 순회하며 공연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어요. 한영숙 강선영 송범 김문숙 선생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가들과 국악인 박귀희 김소희 선생 등과 함께한 그 긴 공연여행을 통해 진정한 애국심은 어떤 것이며, 예술혼과 공연예술가의 철저한 자기관리 등 평소에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많이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지구촌에 있는 많은 나라들이 저마다의 고유문화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이 곧 세계의 문화와 예술을 화사하게 꽃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요. 유익하고 눈을 틔워 준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이라면?

“예나 이제나 큰 욕심이 없습니다. 다만, 건강이 지탱을 해주면 좋겠어요. 청주와 대전, 대구 서울을 오가는 거리가 꽤나 되어 거리에다 시간을 뿌리고 다니는 것이 마음에 걸려요. 한성준-한영숙 명인의 본관이 청주인 것을 생각해서라도 청주의 전수실이 빨리 개관되기를 간절하게 바라지요”



●부디, 청주가 한영숙류 태평무의 본산이 되기를 함께 기원하겠습니다. 바쁜 시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동양일보 회장·시인





<주요 공연>

1981. 1회 박재희 무용발표회

1985. 16회 중요무형문화재 발표공연 ‘인간문화재대전’

1988. 전통춤판 춤마루 개관공연 ‘첫 번째 전통춤판’

1991. 강원일보사 초청 ‘박재희새암무용단 공연’

1991. ICHPER Ireland 국제회의 초청, ‘박재희새암무용단 공연’

1992. 강릉문화예술회관 개관 기념 초청, ‘박재희새암무용단 공연’

1992. 1회 전국무용제 참가‘종이무덤’<우수상 수상>

1993. ‘박재희 춤30’ 순회공연(대전, 서울, 전주, 충주)

1994.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개관기념 ‘명무전’

1994. 충북종합문화예술회관 소극장 개관기념 ‘박재희새암무용단의 전통무용의 밤’

1995. ’95유니버시아드 후쿠오카 문화축제 ‘박재희새암무용단 초청공연’

1995. '95 새암무용단 정기공연 -‘창단10주년 대공연’

1997. 37회 Pyrenees 국제Festival 참가 (프랑스, 스페인)

1997. 19회 서울국제무용제 참가 ‘황토누리’(우수상/안무상/연기상/미술상 수상)

1998. 아시아․태평양 페스티벌 '98 오사카 오프닝행사 초청공연

1999. 일본나라市 100주년기념 ‘나라市 100년회관’ 개관기념 ‘박재희새암무용단 공연’

2001. 2010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강원을 빛낸 인물" 초청 명무전(춘천, 강릉, 원주)

2003. ‘박재희 춤40 – 그 향기’기념공연

2005. 새암무용단 창단20주년 기념공연

2005. 청주시립무용단의 ‘춤 직지’ 문화관광부 우수작품 선정 순회공연(청주, 대구, 진천)

2006. 15회 전국무용제 ‘그 바람의 신화’ 대통령상 수상 기념 앵콜공연

2007. 중국의 7회 국제민간예술제참가 (개막공연, 축하공연, 폐막식)

2008. 중국의 북경 세기극단 초청공연 및 秦皇島 방송국 공연 -‘한국의 혼’

2008. 2008 스위스의 Basel 타투축제 참가

2010. 박재희새암무용단 창단 25주년 기념공연

2010. 벽파춤연구회 창단 10주년 기념공연

2011. 핀란드 ‘쿠오피오 댄스 페스티발’ 메인 초청공연-벽파춤연구회의 ’한국의 사계’

2012. 강동Spring댄스페스티벌 ‘명인전 巨人’ 초청출연

2012. 한미문화축전 ‘Korea Art & Soul’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 초청출연

2013. 국립국악원 연희풍류극장 개관기념 명인공연 '夢十夜' 출연

2013. ‘박재희 춤50 ‘강산연파’ 기념공연

2014. 한국무용의 어제와 오늘 IX ‘명불허전’ 초청공연(미국 LA)

2015. ‘풍류사랑방 수요춤전, 명인명무전 –박재희-’ 초청공연

2015. 천안흥타령춤축제 ‘그 춤의 맥을 잇다’ 초청공연

2019. 2019벽파춤연구회 정기공연 -박재희춤 ‘명불허전’

2020. 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 예능보유자인정기념 시연회

2020. 한영숙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춤축제 ‘한영숙춤의 맥’ 출연

2020. 41회 서울무용제 개막공연 -舞·念·舞·想Ⅰ- 출연

2021. 2021 서울전통춤문화제 폐막 ‘땅에서 즐기는 춤’ 출연

2022. 2022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기획공연 ‘춤을 짓다’ 공연

2022. 2022 국립무형유산원 상설공연 ‘전통예능의 품격’ 초청출연

2023. 강원특별자치도 출범기념 강원도립무용단 기획공연 ‘불휘’ 초청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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