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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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얼마 전 미국 네바다 사막에 기후 변화에 의한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잠들어 있던 고대새우가 깨어났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곳 사막에서 열린 버닝맨 축제시 내린 폭우로 바닥에 고인 얕은 물속에 움직이는 생명체가 발견됐다. 수억 년 전부터 살아온 ‘살아있는 화석’ 긴꼬리쿠구새우와 요정새우였다. 이들 새우알은 모래알처럼 작고 단단해 메마른 땅에 수 십년 버티다가 폭우로 생존 조건이 갖춰지자 부화한 것이다. 최근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4만 6천년 전의 예쁜꼬마선충이 실험실에서 깨어났다. 바로 번식을 시작하고 몇 개월 살지 못했지만 지금껏 부활된 다세포동물 중 가장 오래전 것이었다. 다른 시베리아 동토층에서 2만 4천년 전의 다세포동물인 담륜충이 실험실에서 깨어났다. 담륜충의 세포와 기관에는 극저온의 충격을 피할 수 있는 메카니즘이 있어 극한 상황에서도 생명을 유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냉동된 생물이 해동되어 살아나는 과정은 휴면 현상이고 동면도 휴면 현상이지만 수천 년간 냉동상태로 있다가 되살아나는 것으로 이끼나 일부 식물의 씨앗 정도로 알려졌다. 영구동토층이 녹아 고대 다세포동물이 수 만년 냉동되었다 다시 깨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다양한 고대동물의 부활 가능성을 예시하는 것이다.



식물의 씨앗은 동물과 다르게 수분이나 외부 영양 공급이 없이 오랜 기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2천년 전 유적지에서 발굴한 멸종된 대추야자 씨앗의 발아 사례, 매머드 화석층에서 발굴한 3만2천년 전 석죽과 식물의 열매조직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한 사례가 있다. 이같이 고대품종을 되살리는 시간여행인 게놈부활 연구는 멸종되거나 과거에 있던 종의 유전자와 진화를 연구하는 유용한 방법이다.



영화 쥬라기공원에서는 공룡의 피를 빨아 화석이 된 모기로부터 공룡 유전자를 추출해 공룡의 DNA를 파충류의 알에 이식해 공룡 부활에 성공했다. 영화 더소우(The thaw)에서 빙하 속에 묻혀있던 매머드를 뜯어 먹은 북극곰이 매머드 사체에 있던 수 만년 전의 고대벌레도 함께 먹게 된다. 잠자던 곤충의 부활로 북극곰은 죽었고 감염된 사람들은 좀비처럼 쓰러졌다. 벌레는 생명체 몸속에 알을 낳아 번식하는데 감염된 생명체는 죽고 결국 벌레들도 모두 불에 타 죽는다. 장면이 바뀌고 지구 온난화로 빙하속의 얼음이 녹으면서 사냥개가 혀를 날름거리며 먹는 새의 사체속에 꿈틀거리는 벌레가 클로즈업되면서 영화는 끝난다.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는 공상영화 속의 고대벌레의 부활이었지만 이제 현실이 됐다.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영구동토만이 아니라 만년설, 티벳고원, 북극권 빙하속에 동면하다가 깨어난 병원체가 새로운 팬데믹의 발원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유적지나 영구동토층에 잘 보존된 동식물의 부활 연구를 통해 사라진 생명체의 게놈 연구가 가능하고 현재 종에는 없는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다. 고대와 현존하는 생명체의 유전적인 공통점과 차이점의 연구도 가능하고 유전공학 기술로 멸종된 고대생물의 복원도 가능하리라 기대된다. 영구동토층에 잘 보존된 병원체의 위험을 연구해 새로운 팬데믹 감염병을 대비하고 고대동식물들을 잘 활용하면 미래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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