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 기상청장
[동양일보]수많은 물방울이 대기 중에 떠 있는 기상현상으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현상은 무엇일까? 바로 안개와 구름이다. 두 현상은 지면과 접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구분되는데, 안개는 대기 중에 떠 있는 수많은 물방울이 지면과 접해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서는 안개를 수평 가시거리가 1㎞ 미만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안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대기의 수증기가 응결과정을 거쳐야 한다. 응결과정이란 기체인 수증기가 액체인 물이 되는 현상이다. 응결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대량의 수증기가 있어야 하고, 공기가 냉각되어야 하며, 대기 중에 작은 입자들이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일교차가 큰 가을,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에 수증기의 공급원과 인접한 지역에는 짙은 안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안개는 우리 사회의 경제, 건강,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 크고 작은 영향들을 끼치는데, 특히 교통안전에 커다란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안개가 짙게 낀 상태에서는 감속 운전하지 않으면 정지거리가 짧아져, 2015년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안개 낀 날에는 안전 운전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한데, 문제는 안개는 짧은 시간, 좁은 지역에서 생성되고 소멸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고 운전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고속도로에 도로 기상관측망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도로기상관측장비를 통해 수집된 관측데이터를 내비게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인데, 바로 ‘도로 가시거리 위험정보 서비스’다.
실황 기반의 ‘도로 가시거리 위험정보 서비스’는 기상위성을 이용한 안개 원격 탐측 기술, 시정⋅현천계를 이용한 가시거리 측정 기술, CCTV 영상에 적용한 인공지능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하여 산출된 가시거리를 단계별로 분류한다. 내비게이션에서 관심(1,000~500m 초과), 주의(500~200m 초과), 위험(200m 이하) 3단계로 표출되며, 운전자에게 5분 간격으로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현재 ‘도로 가시거리 위험정보 서비스’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대상으로 티맵과 카카오 내비게이션에서 시험 운영 중이며, 이후 다른 고속도로들에도 확대될 계획이다.
한국도로공사가 2017년에 분석한 기상‧계절과 교통량과의 상관관계에 따르면, 가을 413.5만 대, 여름 401.5만 대, 봄 399.2만 대, 겨울 365.1만 대로 가을 단풍철에 교통량이 가장 많았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도 많고 안개 발생도 잦은 가을, 운전자들은 도로 위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기상청의 ‘도로 가시거리 위험정보 서비스’를 통해 가을철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이 줄어들어 모두가 행복한 나들잇길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