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이달의 역사 인물’로 선정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공주시는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했던 묵죽화의 대가 탄은 이정 선생을 11월의 역사인물로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선생의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중섭(仲燮), 호는 탄은(灘隱)이며 세종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의 증손이다. 일찍부터 시·서·화(詩·書·畵)에 재능을 보이며 삼절(三絶)로 명성이 높았으며 그중에서도 묵죽화에 뛰어나 30대 중반에는 이미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조선 중기 임진왜란과 붕당정치로 나라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당시 문인 사대부들은 시·서·화를 통해 심신을 수양했는데 이정 선생은 특히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를 즐겨 그리며 삶을 성찰하고 외세에 대한 저항 의지를 나타내고자 했다.

43세 무렵에는 임진왜란 전투에 참여했다가 왜적의 칼에 오른팔을 크게 다친 후 공주의 만사음(萬舍陰, 현 공주시 탄천면)에 월선정(月先亭)을 짓고 숨어 지냈다.

월선정은 당대 문인들의 교류 장소였으며 선생의 작품세계가 견고하고 풍부해지는 바탕이 되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그림에 더욱 몰두하고 중국의 양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양식을 형성하게 됐다.

이 결과 이정 선생은 조선 중기 문예의 지향과 역량이 집대성된 삼청첩(三淸帖)을 완성했다. 삼청첩은 매화·난초·대나무를 그린 그림에 시를 더해 만든 시화첩으로, 흑색 비단에 금니(金泥)로 그려진 대나무 그림 12폭, 매화 그림 4폭, 난 그림 4폭 총 20폭으로 이뤄져 있다.

선생은 대나무의 강인한 특성을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 위기와 혼란의 시대 흐름 속에서 본인의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오늘날 일상에서도 이정 선생의 묵죽화를 만날 수 있다. 오만원권 지폐의 뒷면에는 선생의 ‘풍죽도(風竹圖)’가 삽입돼 있다. 이는 거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거센 바람에 맞서며 휘어질지언정 꺾이지 않는 대나무를 그린 것으로, 선생의 묵죽화 중에서도 절정의 기량과 최상의 품격이 돋보이는 우리나라 최고의 묵죽화로 평가받고 있다.

조병철 문화재과장은 “조선 중기 공주에서 사유하고 굳은 지조와 절개를 그림으로 표현했던 탄은 이정 선생의 삶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11월의 역사인물로 선정했다. 11월 중 시민을 대상으로 관련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주 유환권 기자 youyou9999@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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