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 홀리데이 컴퍼니 대표

[동양일보]2019년 어느 무더운 여름, 청주에서 나고 자란 청년 셋이 모여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맥주를 만들어 보자!”라는 패기로 홀리데이 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렇게 나는 청년 창업자가 됐다.

처음 제품을 출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기성 맥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맛과 향은 청주의 젊은 청년들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곧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찾아왔다. 영업시간 제한과 집합 금지 등 코로나 방역을 위한 지침과 규제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청년 창업자에게는 더욱더 가혹한 시련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경험과 자본은 부족해도 우리에게는 ‘열정’이라는 큰 무기가 있었다.

사업이 어려워질수록 우리는 맛에 집중했다. 청년들의 기호를 연구해 여러 종류의 맥주를 개발하고 독자적인 로고 디자인을 입힌 캔맥주 유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련은 있다. 지역에서 창업한 청년들에게 상품 개발과 자본금의 확충 만큼 어려운 과제가 상품의 홍보다.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수요가 늘고는 있지만 언제나 아쉬운 부분이다.

그때 청주시에서 먼저 기회의 문을 열어 주었다. 바로 올해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됐던 ‘2023년 청원생명축제’에 청년 창업자 상품 홍보 부스를 제공해준 것이다.

홍보 부스 운영은 우리에게 생각보다 많은 인사이트를 줬다. 20대 대학생부터 고령의 어르신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만날 수 있었다. 소비자가 느끼는 상품의 가격과 맛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과 상품 판매전략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청주 수제 맥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에 감동했다. 실제로 창업 홍보 부스 운영을 통해 월매출이 200% 이상 상승했고 축제 행사장에서 맥주를 맛봤던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운영 중인 수제 맥주 판매장을 다시 찾아주었다. 손님들로부터 축제장에서 우리가 만든 수제 맥주가 볼거리와 먹거리를 더욱 풍부하게 해줬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는 어깨가 으쓱하는 자부심까지 느껴졌다.

이번 사례가 지역 청년 창업자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됐다. 지역 축제가 상품 홍보의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우리의 상품이 청주시민에 즐거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자부심에 벌써 다음 축제를 준비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청주시의 새로운 시도가 지역 청년창업자들에 새로운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창업은 하루도 게으를 수 없는 인생을 선택한 것'이라는 인터넷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내 마음을 그대로 읊어 놓은 것 같았다. 청년 창업자에게 기회는 곧 생존이다. 우리의 간절함에 청주시가 응답을 했다고 해야 할까(?) 부디 이번 축제의 좋은 경험과 성과가 다른 청년 창업자에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열정을 갖고 청주시의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한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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