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선규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충북한의사회 정책기획이사
[동양일보] 단풍시즌이 지나면서 본격적인 추위가 다가오는 11월이다. 이처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얼굴이 삐뚤어지고 입이 돌아간다 해서 ‘구안와사’라고도 불리는 안면신경마비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곤 한다. 안면마비는 크게 뇌출혈, 뇌경색 등의 뇌질환으로 발생하는 중추성 안면마비와 일명 구안와사라고 불리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로 구분할 수 있다.
보통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안면신경마비는 무엇보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안면신경마비 전체 환자의 30% 수준으로 후유증이 남고, 오래된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안타깝게도 치료를 통해 일정 부분 증상 완화는 가능하지만, 안면신경마비가 있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신경 손상률이 70~80%가 넘는 심한 마비의 경우 혹은 적절히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에 얼굴 비대칭, 타액분비 장애, 한쪽 얼굴 경련, 악어 눈물 등의 후유증이 영구적으로 남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후유증으로 인해 대인기피증, 우울증 등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의 안면신경마비는 찬바람, 심한감기, 백신접종, 중이염, 불면, 과로,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직접적인 발병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면역력을 떨어뜨려 발병하는 만큼 연령을 가리지 않으므로 전조증상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대표적인 안면신경마비 전조증상은 △외관상 얼굴이 비뚤어졌다 △눈을 깜박이는 것이 부자연스럽다 △웃을 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는다 △물을 마실 때 자꾸 한쪽으로 샌다 △세수할 때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거나 한쪽 눈에 물이 들어간다 △뒷목 통증, 두통, 귀 뒤쪽 통증 등이 있다 △청각이나 미각에 이상이 생긴다 등이다.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보통 발병 초기 3~7일 정도까지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진행성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해서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치료는 보통 4주 정도에 걸쳐 진행되는데, 한의사가 직접 비뚤어진 안면 근육을 정상으로 돌려주기 위한 수기요법인 추나치료, 안면부에 손상된 신경과 근육을 자극하는 침치료, 소염작용, 면역력 향상, 기혈 순환을 촉진시키는데 효과적인 약침치료, 환부의 혈행 개선을 위한 부항치료 및 손상된 신경과 근육의 회복을 돕기 위한 한약치료 등을 병행한다. 이때 물리치료나 도수치료 등을 병행할 경우보다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초기 3일 내에 마비 증상이 심하거나 안면부나 귀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양방치료를 병행하면서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기 위해 스테로이드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활용하기도 한다.
안면신경마비는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00%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해서 완치됐다고 해서 재발할 가능성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불가한 질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의 근본적 원인이 면역력 저하에 있는 만큼, 평소 컨디션을 잘 관리하면서 지나친 음주, 과로, 스트레스 등을 줄여 발병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신경 손상의 정도에 따라 완치율과 치료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의심 증상 발생 시 되도록 빨리 전문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