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개 LP판 진열…추억의 노래 가득한 곳
스무살 청년이 12년 후 탄생시킨 레트로 감성 꿈의 공간
한민석 대표 “옛 추억 떠올리며 커피 한 잔 즐길 수 있길”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그곳에 가면 198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턴테이블이 눈에 띈다. 잔잔한 음악이 익숙하게 실내를 가득 채우는 곳. 현관문 하나를 건너왔을 뿐인데 2023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오래된 흑백 텔레비전, 낡은 책장에 진열된 수백 개 LP판,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된 벽면, 통창으로 붉은 벽돌집이 보인다. 12월을 위한 성탄 트리마저 기존 관념을 깨뜨리고 천정에 매달려 있다. 소소한 발상의 전환이 흥미로운 곳이다.
카페 노이즈(NOISE 대표 한민석 32 사진)는 청주시 상당구 교동로 24 1층에 있다. 2층 붉은 벽돌집을 개조해 카페로 활용하는 공간이다. 1991년 건축됐다고 하니 우연찮게 건물도 카페 주인도 32년 동갑내기다.
‘노이즈’ 카페 주인 한 대표는 20살부터 공부 대신 일을 선택했다. 언젠가 카페를 하고 싶은 꿈을 위해 달려왔다. 광주에서 치킨집을 시작했고 이후 서울로 이주해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대부분의 요리를 배웠다. 충북 음성 금왕으로 내려와 6년 동안 고깃집을 운영했다. 2년 전 평소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했다. 빈집을 세 내 친구들과 직접 리모델링을 했다. 들이는 것이 아닌 거둬내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LP 음악과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있는 공간이면 충분했다.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우드톤으로 실내를 장식했다. 그는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생전에 평소 즐겨 듣던 LP판을 이곳에 가져오기로 했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함께 듣던 행복한 추억을 옮겨놓고 싶었다.
전남 구례 할머니 할아버지의 빈집에 먼지만 쌓여 가던 물건이 카페 안에서 다시 살아나게 하고 싶었다.
구조는 그대로 두고 다 비워낸 곳에 어릴 적 추억을 끼워 넣었다.
그는 “어떤 공간은 시간성을 뛰어넘어 옛날을 추억하게 만든다”며 “오늘같이 비 내리는 날 옛날 추억에 빠져들면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다 한 자리 모여 부르는 노랫소리 흥겨워/ 나비처럼 모닥불 춤추면 불꽃놀이 밤은 깊어가네// 맘에 맘을 엮어서 어울리면 하늘엔 불꽃들이 수를 놓네/ 꽃불 따라 마음도 올라가면 이 세상 모두 아름다워” 산울림의 1집 ‘아니 벌써’에 수록된 ‘불꽃놀이’ 가사다. 듣고 있으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그날처럼 평온해진다“고 소개했다.
카페 ‘노이즈’엔 그의 할아버지가 즐겨듣던 음악과 그가 15년간 사 모은 LP판이 진열돼 있다.
언제라도 꺼내 들어 턴테이블에 얹으면 공간은 추억의 음악으로 채워진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더 고급진 커피 내리기에 도전하는 이곳 커피 맛도 추억만큼이나 달달하다.
상당공원이 도산공원처럼 크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는 카페 ‘노이즈’의 시크니처 메뉴 이름은 도산(크림라테커피), 상당(초코크림라떼), 공원(말차크림라떼)이다.
추억과 함께 하는 ‘공원’ 맛이 궁금하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