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동양일보 기자]대전에서 대규모 전세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의 집계를 보면 지난달까지 피해 규모는 229채, 2563가구, 2500억 원에 달했다. 최근 불거진 3000억원대 전세 사기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이에 대전경찰청은 30일 설명회를 열고 "전세사기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엄정한 수사는 물론 피해자 보호 지원에 총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경찰은 먼저 최근에 유성에서 벌어진 200억원대 규모 전세사기와 단건으로 가장 피해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진 3000억원대 전세사기 등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에 대해서는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대전 지역에서 경찰에 검거돼 송치된 전세사기범은 지난달 기준 162명으로, 피해금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까지 포함하면 15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은 유난히 다른 지역에 비해 다가구주택이 많아 전세사기에 더욱 취약하다. 전국 대도시의 다가구 주택 비율을 보면 서울 26%, 부산 14%, 대구 31%, 인천 16% 등에 비해 대전은 34%나 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현행법상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임차인이 임대인의 고의성, 즉 보증금 반환 채무를 일부러 이행하지 않으려 했다는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그 조건이 워낙 까다롭다 보니 상당수 피해자들이 ‘피해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저리대출 역시 겨우 열에 세 명만이 승인됐고, 대전의 경우는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전세사기범으로부터 몰수·추징했다는 돈도 선순위 채권을 가진 은행 몫일 뿐 정작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지난 1일 정부는 전세사기를 발본색원하고 충실한 피해회복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것이 생색내기 말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고, 이들이 가장 원하는 선구제 방안 등을 시급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예방책 역시 단속과 검거에만 초점을 두기보다 전세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을 통해 불안정한 전세제도를 손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3.11.30 17:51
- 수정 2023.11.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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