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희 청주시 오창읍 맞춤형복지팀 주무관

김근희 청주시 오창읍 맞춤형복지팀 주무관

[동양일보]간호학과를 나와 꿈에 그리던 대학병원 간호사가 됐다. 내가 원하는 길을 걷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적 한계에 부딪혔다. 이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감은 커져 갔다.

그 무렵 간호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 손에 이끌려 병원을 그만두고 과감히 공무원 시험공부에 도전했고 1년 뒤 운 좋게 합격해 흥덕보건소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그 시기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일했고 드디어 올 초 종식이 되는 듯했다.

이 무렵 청주시 16개 읍·면·동 복지부서에 간호직이 배치됐다. 읍·면·동 소속으로 발령 목적은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 강화’였다. 난생처음 병원과 보건소 등 의료기관에서 근무했던 내가 최일선 행정기관인 읍사무소에 배치되면서 걱정과 흥분이 공존했다.

오창읍의 경우 2000년대를 전후로 과학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인구가 유입되면서 2021년 5월 인구 7만인 ‘대 읍’으로 전환되었다. 산업단지 개발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고 전체 인구 대비 노인 비율은 8.8%이나 자연부락은 전체 인구 대비 노인 인구가 23.7%로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와 있었다. 즉 고령화, 독거노인이 많으며 접근성 부족으로 도농 간 복지서비스 편차가 크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런 지역적 분석을 통해 ‘경로당으로 찾아가는 이동복지관’을 기획했다.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경로당으로 주민들을 모으고 8대 기관이 협업해 복지상담, 건강, 정신건강 체크, 이․미용 봉사, 주거환경 개선(LED 교체), 중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함께 협업할 유관 기관을 찾고 서비스를 결정하며 실행하는 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다. 이후 총 6회를 거치면서 이동복지관은 자리를 잡았고 인근 마을에 소문이 퍼지면서 권역별로 진행하는 노하우까지 생겨 총 6회 11개리 420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이·미용과 네일아트였다. 거동이 불편한 농촌 어르신들은 커트 서비스에 줄을 섰고, 미용고 학생들의 네일아트는 세대 교감으로 손녀딸과 소통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정신우울 검사, 혈압·혈당 측정도 인기가 좋았으며 지역 기업체의 재능기부로 경로당과 저소득 가정의 led 전등 교체는 밝은 새 빛을 안겨드렸다. 간호직으로서 찾아가는 건강서비스에 집중하고 그것을 잘 접목하기 위해 기획한 이동복지관은 말 그대로 대성공이었다.

이동복지관의 가장 큰 특징은 찾아가는 서비스로 이용 장벽을 낮춘 것이다. 이렇게 쌓은 주민과의 연대는 나비효과가 되어 도움이 필요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동복지관을 운영하며 힘들고 막막했던 과정들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주민 편익으로 다가왔다. 이를 계기로 필자는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공직에 임하고 주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