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해마다 연말이면 전국 228개 기초 지방자치단체는 중요한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최고위직인 시장 군수 구청장은 어차피 선출직이니까 빼고, 그 아래 가장 높은 부단체장의 인사가 주목을 받는 것인데, 그게 자체 승진이 아니라 상위 광역자치단체에서 사실상 임명해 주는 ‘낙하산’이기 때문에 누가 오느냐를 중요 관심사로 꼽는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부단체장 임명권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있다.
하지만 시·도지사는 인사교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권고할 수 있고, 시장·군수·구청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전국 대부분의 광역단체가 기초단체에 부단체장 인사를 내는 관행이 굳어져 있다.
이 때문에 해마다 전국에서 사달이 난다. 공무원 노조를 중심으로 그런 인사는 받아들일수 없다고 항의하며 반발하는 것이다.
충청권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보면 충북도를 비롯해 충남도 등 광역지자체들은 시군의 부단체장이 기초와 광역간 업무의 가교역할을 한다며 도의 2~4급 공무원을 시·군의 부시장·부군수로 발령하고 있다.
충북도가 지난달 28일 도청 소속 공무원을 옥천·진천·음성·보은·영동·괴산 등 6개 군의 부단체장에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하자 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와 충주시 공무원 노조가 반발했다.
노조는 브리핑을 열고 "충북도는 부단체장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고 온전한 지방자치를 확립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편법과 반칙의 부단체장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 도의 갑질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힘을 앞세운 광역자치단체의 편법과 반칙이며, 기초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갑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게 충북도만의 일은 아니지만 충주시 공무원들이 나서서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낸 것이다.
노조의 요구는 간단하다. 그동안 기초지자체 부단체장 임명은 도의 압력에 굴복해 내려주는 대로 받기만 하는 관행들이 이어져 왔으므로 낙하산 인사중단 계획 수립 및 시행, 부단체장 관사 특혜 철폐, 기초지자체의 자치조직권 강화 등이다.
기초-광역단체간 업무 효율화와 유기적 결합을 위한다는 명분과 설명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인사권을 독립하지 못하는 시군의 처지를 바라보는 일반 공무원들의 시선은 편치 않다.
법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볼 때 각 기초지자체 부단체장 인사권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여론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또 일부 시군의 경우 부단체장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중인 곳도 있고, 독립적인 부단체장 인사를 실시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 수립이나 부단체장 관사 특혜 철폐 등의 방안에 대해 합의에 이른 곳도 있다고 한다.
충남북도와 대전시 등 광역자치단체는 이제라도 기초단체와 협의를 통해 공무원들이 납득할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도 지방자치단체의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합리적 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4.01.03 18:01
- 수정 2024.01.03 18:09
-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