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청주자생한방병원 원장

이희범 청주자생한방병원 원장

[동양일보]찬 바람에 얼굴이 얼얼할 정도로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찬 바람을 많이 맞으면 입이 돌아간다’는 옛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다. 최근 안면신경마비로 내원한 환자분들도 종종 비슷한 얘기를 하시며 날씨로 인해 증상이 생겼다고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안면신경마비는 정말 추운 날씨 탓에 발생하는 것일까. 의외로 많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안면신경마비의 원인과 종류, 증상,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안면신경마비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질환의 정의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넓은 의미로 안면신경마비는 원인을 불문하고 얼굴 근육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증상을 의미한다. 얼굴을 구성하는 근육들은 크기는 작지만 상당히 복잡하게 이뤄져 있고 각각의 역할도 상이하다. 눈꺼풀을 움직이는 근육이 마비되면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고, 입 근육이 마비되면 음식을 씹거나 표정을 짓는 데 문제가 생긴다.

안면신경마비는 어느 신경에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중추성’ 안면신경마비와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로 나뉜다.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는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등 뇌 병변으로 인한 경우를 말하고,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뇌에서 얼굴신경으로 이어지는 신경전달 경로상 문제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정리하면 뇌에 문제가 있으면 중추성, 뇌에는 문제가 없고 뇌에서부터 나오는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말초성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대부분의 안면신경마비는 말초성에 해당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의 원인을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벨마비, 람세이헌트증후군 등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벨마비의 경우가 가장 많다. 벨마비는 벨(Bell)이라는 스코틀랜드의 외과의사 이름에서 따온 질환명으로, 한쪽 얼굴 근육이 전부 마비되기 때문에 눈을 감고 뜨기가 어렵고 이마에 주름을 짓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입과 볼 주변의 근육도 움직이기 힘든 탓에 음식을 씹을 때 부자연스럽고 액체류를 먹으면 한쪽으로 새기 마련이다.

벨마비는 바이러스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는데, 즉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일 때 자주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날씨가 추워질수록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힘이 떨어지기 때문에 환절기나 혹한기에는 체온 유지나 스트레스 관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안면신경마비는 발생 후 초기 2주간은 신경 손상이 더 진행이 되므로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초기부터 집중치료가 이뤄지면 마비의 진행을 최대한 억제하고 몸의 회복력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훨씬 좋은 예후를 보인다. 한의학에서는 안면부 추나요법(SJS 무저항요법)을 통해 한의사가 환자의 안면부 근육을 정상위치로 교정해 신경근육을 재훈련시킨다. 여기에 시행되는 약침치료는 빠른 염증 제거를 통해 손상된 신경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환자의 몸 상태에 맞춰 신경 손상으로 나타난 탈수초 현상을 개선하는 한약을 처방하면 더욱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치료 외적으로도 안면신경마비 증상을 빠르게 호전시키기 위해서는 환자 나름대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풍선을 자주 불고 껌을 씹는 등 안면 운동은 근육이 뻣뻣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치료를 받으며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걱정스럽고 불안하겠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치료효과가 낮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하자. 열심히 치료에 임한다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질환이므로 회복에 집중해 건강한 새해를 준비하도록 하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