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22대 총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이 유권자들을 향한 각종 공약이 넘쳐 흐르고 있는 시기다.
각 당은 아직 본격적인 공천 레이스에 들어가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존 지역구 국회의원과 출마예정자들은 각자도생으로 총선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들어 각 당이 전국 총선 지역구를 상대로 전화 여론조사에 들어가자 출마를 포기한 기존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출마예정자 모두가 필사적으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별별 수단을 전부 동원하고 있다.
이렇듯 총선 예비주자들은 정당 공천에 앞선 예선을 통과하기 위해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한 번에 수백만원의 비용이 드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대략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자기를 지지해달라는 요구가 주류다.
각 정당은 이번 총선에 나서는 예비후보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걸러내는 컷오프 기법을 도입했다.
수많은 예비후보자가 몰리자 각 정당이 공개적으로 공정한 규정을 적용한다며 전화 여론조사를 도입했다.
각 당에서 출마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문자메시지 받는 횟수도 정비례한다.
어느 당이든 간에 유권자 휴대전화에 표시되는 문자메시지 내용은 동일하다.
하지만 날짜가 지날수록 횟수가 늘어나 유권자들은 받으면 받을수록 짜증이 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버전은 각 정당 모두 대동소이하다.
“어느 선거구 누굽니다”로 시작하는 여론조사 문자메시지는 일면식도 없는 유권자에게 대략 자신의 출마 이유를 설명한 뒤 “이번 주 서울(02) 또는 070으로 오는 전화를 꼭 받아달라”고 한다.
그다음 순서는 “지지 정당은 00당으로 밝히고, 지지 후보로 자신의 기호 0번을 꼭 선택해 달라”고 당부를 잊지 않는다.
맨 마지막으로는 “전화를 중간에 끊지 말고 반드시 ‘끝까지 들어달라’”라며 강제 당부가 이어진다.
유권자들은 최근 들어 각 정당 예비후보 수만큼 문자메시지를 받아야만 해 선거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게 중론이다.
자칫 총선 본선에서 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오죽하면 짜증 나는 전화 선거여론조사를 안 오게 하는 방법까지 인터넷에 나돌고 있다.
각 정당은 전화 여론조사를 위해 합법적으로 통신사로부터 고객 정보를 받고, 받은 번호로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출마자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수치로 적용하게 된다.
해당 방식으로 인해 간발의 차이로 수십여년간 바라던 출마의 꿈을 접어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우려는 또 다른 분야에서 나타나곤 한다.
극히 저조한 전화 여론조사 응답률을 확인해보면 과연 유권자 표심을 확인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런데도 각 정당은 전화 여론조사를 총선 후보자 공천 1차 컷오프 방식으로 기준으로 삼아 적용하고 있다.
전화를 받은 유권자가 진심인지 여부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유리하도록 쉬운 상대를 고르기 위해 역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선거판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전화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제기되지만, 어느 누구도 문제 삼는 사람이 없다.
국회의원은 통상 국정을 논하는 직(職)이다.
대한민국에서 소위 국회의원의 ‘끗발’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지위고하는 물론이거니와 정부 부처와 고위 공직자건 막힘도 없다.
업무의 범위는 법적으론 특정돼 있지만, ‘못 할 일이 없이 다 함’을 뜻하는 무소불위(無所不爲)다.
총선 전화 여론조사가 한 나라 국정을 논하고, 각 지역 발전을 총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국민 대의기관 구성원인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치곤 허접하기 짝이 없다는 게 결론이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4.01.23 18:38
- 수정 2024.01.2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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