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 중원대 교수

김택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푸른 용 갑진년이 밝았다. 올해는 권력과 부귀를 상징하는 용의 해다. 그것도 황제를 상징하는 청룡이다. 서양에서는 용(dragon)이라고 한다. 용은 하늘을 날면서 불을 내뿜는다. 누구도 당해낼 자가 없다. 동양에서는 기다란 몸통을 자유자재로 날면서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태다. 연못에서 물을 머금고 하늘을 향해 자유롭게 비상하는 용은 그야말로 천하를 지배한다. 천지를 진동하는 용틀임은 세상을 깨트리고 창조 개벽이다. 생김새는 코모도 왕도마뱀과 악어를 반쯤씩 닮았다고 보는데. 공룡의 생김새가 바로 용이다.

용도 올해 푸른 용이다. 사주에는 노란 용, 검은 용, 빨간 용, 하얀 용 등도 있다. 그래도 푸른 용이 황제나 군주를 상징한다. 용안(龍顏)은 왕의 얼굴을 말했다. 신하는 용안을 보고 아첨한다. 왕의 옷이 곤룡포이다. 곤룡포에는 수많은 용무늬를 박았다. 용좌(龍座)는 왕의 자리를 말한다. 임금의 권력을 상징하는 푸른 용인 갑진년 새해의 기운은 그야말로 거대한 태평양 파도와 같다. 천지를 진동하며 여의주를 물고 이리저리 비상하는 용의 기운을 받아 대한민국이 국운을 개척할 시기이다.

중국의 광아(廣雅)라는 한자 옥편에는 용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고 한다. 즉“머리는 낙타 같고 뿔은 사슴 같으며, 눈은 토끼 같고, 귀는 소와 같고, 목덜미는 뱀과 같고, 배는 큰 조개처럼 생겼으며, 비늘은 잉어 같고, 발톱은 매와 같으며, 주먹은 호랑이 비슷하다”라고 말이다.

용은 정의를 추구한다. 정의와 어긋나고 반칙에 물들면 반드시 응징한다. 그것은 입에서 내뿜는 용광로와 같은 마그마로 단숨에 녹여 버린다. 한번 맞으면 견고한 콘크리트 건물도 용해된다. 그만큼 용은 강하고 세상을 지배한다. 용수 오복은 오복을 가져온다(龍輸五福), 호축삼재는 호랑이가 세 가지 재해를 몰아낸다는 말이다(虎逐三災). 조선 시대 재상들의 한옥 대문이나 집안에 그림으로 장식한다. 용호상박(龍虎相搏)도 있다. 용과 호랑이가 기세가 등등하여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용은 변화무쌍한 동물이다. 주로 연못에서 사는데 그래서 용택(龍澤)이다. 소나기가 억수로 내리는 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용천(龍天)이다. 용천혈을 타고 태어나면 그 후손은 권위와 부귀를 누린다고 한다. 예부터 마을 이름이 회룡리 청룡리 용강리 등이 있는 곳은 풍수지리상 좋은 터라고 소문이 자자 했다. 연못이나 우물가는 사람이 살아가는 원천이다. 절에도 용의 명칭이 있다. 경기도 양평에 용문사가 있다. 최고의 길지인 양수리가 인근에 붙어있다. 물이 있는 곳에 인심이 나고 생명의 기가 모인다고 했다. 거센 물 줄 거를 헤치며 용문에 오른 잉어가 용이 되었다는 등용문(登龍門)은 소년등과, 관직에 입신 양 명하는 출세의 상징을 나타내는 말이다. 용의 그림인 운룡도(雲龍圖)나 호랑이 그림을 집에다 걸어놓으면 사귀를 몰아내고 합격의 기운을 받는다고 한다.

원래 서양에서는 용이 뱀의 아류로 보았다. 그러나 중세기 후 악마와 싸우는 것으로 묘사된다. 반지의 제왕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 주인공을 돕는 백기사로 등장하곤 한다. 조선 시대 상여 장식을 보면 푸른 용과 노란 용이 마주 보고 있는데 이는 용이 서수(상서로운 짐승)로서 죽은 이가 좋은 곳에 갈 수 있도록 인도하라는 뜻이 깃들었다.용이 되고 싶은 것이 이무기다. 용이되려다 구렁이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구렁이 태몽도 길몽이다. 뱀보다는 낳지 않은가?

용은 십이지 동물 중 생존하지 않는 상상 속의 동물이다. 음력으로 1940년생, 52년생, 64년생, 76년생, 88년생, 00년생, 12년생, 24년생이 용띠이다. 황금을 돌같이 보라 외쳤던 최영 장군, 조선 최고 불 고집 어른 흥선대원군 이하응, 독립운동을 위해 노심초사했던 신채호가 다 용띠 사람이다. 우리나라 최고 화가 이중섭도 용띠다. 간호사의 상징인 나이팅게일, 미국의 윌슨 대통령, 영화배우 니암니슨도 용띠 인물이다.

필자가 지켜본 용띠 들의 특성은 성격이 강하고 의리가 강하다. 조직에서 리더로 살려고 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한다. 쓴소리도 하고 자신만만하다. 용띠 여자들이 결혼이 늦고 하는 것은 자신의 주장이 강해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용띠 여자를 만나보니 배울 점이 많다. 남자보다 더 통솔력이나 기획력이 탁월하다. 추진력도 강하고 숨기고 거짓을 할 줄 모른다. 용띠 여자를 만나려면 대체로 아내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남편의 외조가 중요하다. 용띠들과 잘 어울리는 것이 원숭이띠 쥐띠 들이다. 토끼띠나 뱀띠도 나쁘진 않다.

새해에는 용꿈 꾸시라! 용의 기운이 살아나서 우리 동양일보 독자들의 소원과 염원이 푸른빛이 나는 용을 등을 타고 자유자재로 활강하고 날아올라 여의주를 물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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