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문화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지난달 31일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가 문화산업진흥재단의 지난 한 해 활약을 이야기 하고있다. 사진=김민환 기자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한때 ‘노잼도시’라는 오명을 썼던 청주는 현재 ‘꿀잼도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시민이 즐겁고 재밌는 도시의 중심엔 바로 문화라는 핵심 가치를 빼놓을 수 없다.

지역 문화의 시대, 로컬 콘텐츠의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 커져가고 있는 시대적 흐름 속에 청주의 문화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지난 한 해 활약은 주목할만하다.

바다가 없는 도시 청주에 문화의 바다, 예술의 바다를 펼쳐놓기 위해 청주형 콘텐츠를 만들고 청주형 문화자원을 체계화해온 재단의 지난 1년은 숨 가쁘게 흘러갔다.

청주문화제조창과 동부창고를 중심으로 청주만의 문화콘텐츠를 채워놓고 계절마다 청주의 원도심을 들썩거리게 만드는데 선봉장 역할을 한 사람, 변광섭(57)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를 만났다.

2023년 11월 1일 재단의 2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변 대표는 연초제조창이라는 불 꺼진 담배공장에 문화의 불을 켠 주인공이다.

청주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세계일보 기자를 거쳐 문화기획자로 변신했던 변 대표는 재단 기획부장, 문화산업부장,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문화는 꿈속에서도 계속돼야 한다”며 “이 시대 문화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청주가 대한민국 문화중심이 되는 날까지 재단의 도전은 계속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재단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1년여 시간이 흘렀다. 취임 후 가장 큰 성과는.

취임할 때 시민과 약속한 게 있다. 문화제조창 명소화, 청주형 문화콘텐츠 발굴, 예술인과 협력, 시민 속으로 다가가는 문화생태계 마련 등이다. 지난 1년은 이를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

특히 문화제조창과 청주공예비엔날레가 대한민국 로컬 100에 선정된 것이 의미 있는 성과였다. 불 꺼진 담배공장에 문화의 불을 켜는데 1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해 문화제조창은 시민은 물론 전국과 해외에서도 주목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공예비엔날레도 역대급 행사로 평가받았다.

이와 함께 동부창고의 명소화와 원도심페스티벌도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 속에 의미 있는 결실을 거뒀다. 청주가 문화도시임에 틀림없다는 자신감 넘치는 시대가 오게 된 것 같다.

-시민들의 가장 큰 호응을 얻은 프로그램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동부창고는 반전의 미학이다. 겉으로 볼 때는 낡고 허름한 건물일 뿐인데 안에는 다채로운 문화콘텐츠가 가득하다. 동부창고는 총 7개 창고 건물로 구성돼 있는데 시민문화공간, 공연연습장, 예술교육공간, 시민들의 커뮤니티 공간, 카페 등이 있다. 이곳에서 지난 1년 동안 다채로운 시민문화 활동이 펼쳐졌는데 17만명이 방문했다. 전년 대비 90% 증가한 것이다. 시민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또 청주 역사의 중심인 원도심의 골목길을 춤추게 하는데 많은 시민이 함께 했다. 중앙동, 대성동, 성안동 공구거리 등에서 펼쳐진 원도심페스티벌을 통해 현지 주민과 청주시민이 문화로 하나되는 열린 무대를 만들었다. 중앙동의 경우 역사 이래 가장 많은 시민들이 중앙동을 찾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도심은 청주 역사의 중심이고, 문화의 중심이며, 상권의 중심이다. 이를 다시 살리는 일은 우리의 숙명이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전국에는 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 영상진흥원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문화산업 기관이 있지만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다른 재단과 다른 면이 있다. 이름 그대로 문화산업을 하면서 문화예술 사업과 공예비엔날레 사업까지 맡고 있는 것이다.

문화산업 분야는 첨단문화산업단지를 관리운영하고 있고 디자인, 영상, 게임, 교육콘텐츠 등의 콘텐츠 개발 및 인력 양성이 힘쓰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는 법정문화도시 사업과 동부창고 운영 사업, 김수현드라마아트홀 사업, 문화재야행과 원도심페스티벌 등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공예비엔날레는 2년마다 국제행사로 치르면서 한국공예관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종합하면 재단은 청주의 문화중심이자 창조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다.

-공모를 통해 재단 대표이사에 선정됐는데, 공모에 도전했던 이유는.

재단 대표이사가 긍극적인 삶의 목표는 아니다. 오랫동안 문화현장에서, 청주에서 일했는데 청주가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도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동안 갈고닦은 역량을 발휘하면 경험 없는 전문가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각오도 했다. 그래서 청주대 겸임교수직에 사표를 내고, 귀하게 준비한 초정리 책방까지 문 닫고 대표이사에 응모했었다. 개인의 일보다 지역의 일, 공적인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컸다.

-지난해는 공예비엔날레가 열렸는데, 2023청주공예비엔날레 성과는.

개인적으로는 2003년부터 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으로 일해왔다. 특히 2011공예비엔날레는 불 꺼진 담배공장을 활용하면서 나라 안팎의 높은 관심을 얻었고, 그 이후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현재의 문화제조창으로 변신했다. 담배공장에서 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자고 제안한 사람 중 하나로서 문화제조창으로의 변신은 감개무량한 일이다.

2023년에는 대표이사로 일하면서 공예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을 겸직했는데 더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임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 정부의 로컬 100에 선정되고, 한국관광공사의 K-컬처 이벤트 100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또 전시의 규모, 내용, 프로그램 등이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공예비엔날레를 문화제조창 시대로 옮긴 주역인데, 아이디어를 얻는 계기는.

베니스비엔날레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6개월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저력에 감동했고, 수준 높은 작품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는 체육관 전시, 천막전시를 한다는 사실에 부끄러워 울었다. 그런데 마침 10년 동안 방치됐던 옛 연초제조창이 청주시 소유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불 꺼진 담배공장을 주목했다. 세계적인 아트팩토리로 손색없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실제로 담배공장은 청주의 보물이다. 14만㎡ 규모에 수많은 스토리가 담겨 있고, 저마다의 건축미를 자랑하고, 거칠고 야성적인 공간의 아우라는 이곳에 예술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릴레이 시민 공청회, 전문가 자문·간담회, 전시 공연 등 다양한 실험활동 등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 한 것이고 현재의 문화제조창이 탄생했다.

-문화기획자, 로컬 크리에이터 또는 로컬 큐레이터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데 그동안 로컬 콘텐츠 개발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문화제조창 명소화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청주권에서는 젓가락콘텐츠 특화, 공예디자인창조벨트, 세종대왕 100리 사업 등 정부 공모사업을 적극 유치했다. 타지역의 경우에는 제천 의림지 계획공모형 관광개발 사업, 괴산 종합 관광개발 사업, 진천 공예마을 활성화 사업 등을 제안하고 이끌었다. 이 밖에도 서울, 양양, 영주, 전주, 남원 등 전국의 주요 지자체의 문화예술과 관광분야의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도 참여했다. 또 30여 권의 책을 펴냈는데 모두 로컬을 소재로 한 책이다. 이 중 두 권은 문화부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핵심공약인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사업의 초안을 만들기도 했다. 충북의 숲과 호수를 중심으로 역사, 문화, 생태 등의 자원을 체계화하고 지역마다 특색있는 거점공간 및 문화환경을 만들자는 내용인데, 지금 충북은 청주시와 함께 단군이래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모두 힘을 모우고 참여하며 응원하면 좋겠다.

-문화제조창 명소화를 위해 노력중인데 실제로 여러 성과를 거두고 있다. 어떤 성과가 있으며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이 있는지.

가장 큰 성과는 정부의 로컬 100에 선정된 것인데 이를 계기로 문화제조창 명소화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올해는 시민들을 위한 ‘무대를 빌려드립니다’ 사업을 연중 전개할 것이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에서 ‘문화제조창 나이트 투어’를 전개한다. 또 문화제도창 광장에서는 피크닉콘서트를, 동부창고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동부창고 페스타를 계절별로 펼칠 계획이다.

특히 문화제조창 명소화 전략의 일환으로 브랜딩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청주에서의 1박2일 예술여행을 세계인이 함께하는 날을 그려 본다.

-올해는 법정 문화도시 청주 사업의 마지막해인데, 그 동안의 성과와 남은 과제는.

지난 4년 동안 전국적인 평가에서 항상 최고 등급을 받았다. 그만큼 열심히 했고 의미있는 성과도 남겼다. 문화도시 청주의 컨셉은 ‘창의 기록문화’로 직지의 정신을 기반으로 했다. 문화도시에서는 20여 개의 동네기록관이 운영 중이고, 청주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공연콘텐츠를 발굴하고 시연하는 등의 일이 계속돼 왔다. 특히 청주의 청년들이 청주의 스토리를 소재로 한 다양한 굿즈를 만들고 있는데 성안길에 가면 ‘청년문화상품 굿즈’가 운영 중이다. 지역의 청년 30여 명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곳으로 관심받고 있다.

올해는 청주의 이야기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가칭 ‘문화도시 청주 스토리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청주의 역사, 문화, 인물 등을 체계화하고 이곳에서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시찾은 보물’ 시리즈로 단행본이 출간되는데 이를 통해 청주시민이 문화적 자긍심을 드높이고 콘텐츠로 발전시키면 좋겠다.

특히 올해는 모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찾아가는 공연과 전시, 청주청원 통합 10주년, 문화도시 5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문화도시 청주를 만들고 싶다.

-재단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올해 정책비전은 창조재단, 열정재단, 함께재단, 책임재단이다. 창조적이 역량으로 열정을 다해 시민과 함께 현장 중심의 사업을 펼치자는 것이고, 이 모든 것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자는 것이다.

특히 청주형 로컬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특화해 청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제조창과 원도심의 명소화, 공예도시로의 재도약, 청주형 공연콘텐츠 특화 등이 필요하다. 또 문화나눔 예술후원 제도를 지난해부터 시작했는데 올해는 이를 통해 청년예술인들의 창작 생태계를 지원하고, 지역 예술인의 글로벌 활동을 촉진하며,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무대를 만들고자 한다.

오는 22일은 재단 창립 23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ESG 경영을 선포하고 더 큰 재단으로의 도약을 약속하고자 관련 정책도 준비 중에 있다.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변광섭 대표이사는?

*1966년 1월 15일 초정리에서 출생

*청주대 국문과, 경희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 전공

*세계일보 편집부, 사회부, 전국부 기자

*청주시문화재단 기획부장, 문화산업부장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 특별위원

*청주문화원 이사, 부설 연구원 연구위원

*청주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

*한국산업평가원 선정 로컬큐레이터 최우수(2020년)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문화부장관 표창(공예 및 지역문화 기여 공로)

*저서 <이어령이 사랑한 청주>, <샘이 깊은 물, 뿌리 깊은 나무>, <당신을 업으니 내 등이 따뜻해>, <초정리 사람들>, <이 생명 다하도록>, <즐거운 소풍길>(문화부 우수도서), <생명의 숲 초정리에서>(문화부 우수도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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