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일선 청주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어일선 청주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동양일보]2001년 개봉한 가슴 아픈 사랑을 노래하는 최고의 뮤지컬영화 <물랑루즈>를 소개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 <오스트레일리아>, <댄싱 히어로> 등으로 주목받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감독. 배즈 루어만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시골 돼지농장에서 유년기를 보내, 영화학교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속칭, 싸구려 극단의 배우로 연예계 일을 시작했으며, 존 듀간의 1981년 작 <우리 꿈의 겨울>을 통해 배우로서 스크린 데뷔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듬해 <어두운 방>에 출연한 것이 영화배우로서의 이력은 전부이다. 이렇게 무명배우 시절을 어렵게 보낸 뒤 루어만은 부랑청소년에 초점을 맞춘 <거리의 아이들>이란 TV다큐멘터리의 조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식스 이어즈 올드’(Six Years Old)란 극단을 창립하고 오페라 <푸치니>를 연출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감독 데뷔작은 89년 시드니에서 열린 댄스 페스티벌에서 영감을 얻은 <댄싱히어로 Strictly Dancing>(1992). 오스트레일리아 언론은 그를 놀라운 신인 감독으로 소개했고 고전과 현대를 접목시킨 독특한 스타일로 널리 인정받았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다시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을 연출해 ‘부끄러움을 모르는 로맨티스트’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영화로 다시 돌아와 만든 것이 <로미오와 줄리엣>이었고,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카메라의 시선과 록 음악의 리듬에 다시 맞추어 각색한 솜씨와 감각적 연출력이 높은 평가받았고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윽고 2001년 니콜키드먼,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되며, 2008년 <오스트레일리아>를 연출하면서 그의 독보적인 감성연출로 전 세계에 팬을 확보하는 감독이 된다. 또한, 배즈 루어먼 감독의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 국제적인 흥행에 이르게 된다. 이는 매시업 뮤지컬로 원작의 주요 넘버들을 재사용함으로써 호평을 받았으며, 2019년 6월에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2021년 제74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한 총 10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다. 한편, <킹키부츠>, <비틀쥬스>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뮤지컬 제작사 CJ ENM이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의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한국 프로덕션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고 한다. ''Welcome to the MOULIN ROUGE!''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하고 1900년의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지만 20세기 후반의 대중음악을 줄거리에 맞게 편곡하고 삽입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 영화로 유명하다. 2001년 칸 영화제 개막작 및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1899년 파리,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세계 '물랑루즈' 최고의 뮤지컬 가수 샤틴은 신분 상승과 성공을 위해 투자자를 구하다가 우연히 사랑을 찾아 몽마르트로 흘러온 영국의 낭만파 시인 크리스티앙을 만나게 된다. 샤틴에게서 운명적 사랑을 느낀 크리스티앙은 그녀가 있는 '물랑루즈'라는 신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에 거역할 수 없는 슬픈 운명이 서서히 다가온다. '물랑루즈'의 단장인 지들러와 샤틴을 탐하는 귀족 몬로스 공작에 의해 그 사랑은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크리스티앙은 낭만적인 보헤미안 로트렉과 함께, 재정 위기에 빠진 '물랑루즈'를 구하고 샤틴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공연 ‘보헤미안 랩소디’를 제작하기로 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에서 샤틴, 크리스티앙, 몬로스 공작의 엇갈린 관계를 거울처럼 비추게 됨으로 인해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의 진실, 아름다움, 자유, 그리고 영원한 사랑을 꿈꾸게 하는 물랑루즈의 세계를 춤과 음악으로 수놓는다. 뮤지컬 영화다운 화려한 볼거리와 춤, 음악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샤틴 역의 니콜 키드먼이 있다. 백옥같은 하얀 피부에 눈부시게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니콜 키드먼은 그야말로 여신 그 자체이다. 그녀의 아름다움으로 영화의 애절함과 여운이 크게 남는다. 더하여, 그녀와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크리스티앙 역의 이완 맥그리거가 순수하고 낭만적인 캐릭터로 열연을 펼침으로써 영화의 사랑은 잊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남겨진다. 영화 <물랑루즈>는 인정받지 못한 작가와 배우가 되고 싶지만 아직은 물랑루즈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 가수의 아픈 사랑 이야기이다. 남녀 주인공 모두 자신이 꿈꾸는 또 다른 세상으로 나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에 슬퍼할 수밖에 없는 청춘의 서사시이다. 극 초반에 흐르는 전설적인 그룹 너바나의 노래를 시작으로 ‘록산느의 탱고’, 그리고 가장 유명한 곡이라고 하면,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릴 킴, 핑크, 마야가 참여한 ‘Lady Marmalade’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의 공간, 물랑루즈에서 흐르는 음악이 영화의 세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만큼 깊은 울림을 준다. 극 중에서 뚤루즈는 말한다. “보이는 게 꼭 진실은 아냐. 난 주정뱅이 얼간이에 창녀, 포주랑 노는 별 볼 일 없는 인생이지만 사랑과 예술은 좀 알지 온몸으로 사랑을 갈구해 왔으니까! 그녀는 자넬 사랑해! 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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