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사로잡는 골목 안 오렌지색 건물
건물 외벽에 다양한 새 조각품 이색적
틀을 벗어난 예술인들의 전시 추구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4시간 동안만 진행되는 전시가 한창이었다. ‘평화와 통일의 프롤레고메나-PEACE 쓰기’는 화폭이 아닌 전시관 벽에 작품이 그려져 있다. 기존의 틀을 벗어난 예술 행위다. 전시실 안에서는 작가가 직접 오는 관람객들에게 부침개를 부쳐 대접했다. 잔잔한 대화와 웃음이 오가는 전시실 안 풍경이다. 무겁고 격식을 차리는 작품 감상이 아니라 오는 모든 이들이 예술 행위 안으로 들어와 편안하게 소통하고 있다.
갤러리 문화공간 주차(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로 157번길 40-12, 대표 안현준 52)는 틀을 벗어난 예술인들의 전시를 추구하는 공간이다.
은행동 스카이로드를 지나 편의점 골목으로 접어들면 바로 보인다.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큰길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골목 안 오렌지색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퇴색한 흑백의 길목에 갤러리의 컬러풀한 색감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건물 외벽에 다양한 새 조각품들도 이색적이다.
넓은 창문으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한옥 천정에는 1953년 지어졌다는 상량문의 대들보가 눈에 띈다. 시간이 그대로 살아있는 공간은 모든 것을 드러내고 단순화함으로써 작가들의 작품을 살아있게 만들고 있다.
△문화예술인과 지역 시민의 소통 공간
대흥동 옛 묘향여관 자리에서 2012년 4월 14일 문을 연 갤러리 ‘문화공간 주차’는 2018년 4월 14일 애견거리 뒷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재오픈 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곳으로 옮긴 후 ‘문화공간 주차’는 문화예술인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기적인 예술문화행사를 전개한다. 동시에 예술 문화를 매개로 문화예술인과 지역 시민들의 소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 지역예술문화 담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인문 강좌를 개최하고,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신인 발굴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회문화예술교육사업으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사업, 생활문화센터 활성화지원, 토닥토닥 문화예술학교 등을 10년째 해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융합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예술교육 콘텐츠 개발과 조사연구 △대전지역 예술가 발굴과 허브 역할 △사회, 학교 문화예술교육과 기업체 강의 △문화예술 재능기부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역 예술 발전을 위한 기획과 예술 활동 전개 등도 활발하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안 대표는 대전 출신으로 목원대 미술학과 조소 전공자다. 현재 미술교육과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특별한 전시
“나는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즐기고 싶다. 찻집 메뉴는 권태롭다. 권태로 가득한 고요한 호수다. 돌멩이 하나 던져야겠다. 물고기 한 마리에 PEACE를 쓴다”
‘문화공간 주차’에서 한창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허진권 작가의 말이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평화와 통일의 프롤레고메나-PEACE 쓰기’ 전국 순회를 하고 있는 허 작가는 권태는 결코 평화가 아니라고 말한다. 권태에서 폭력적인 것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고 이로 인해 평화가 산산조각나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그는 “현재 미술계는 권태롭다. 지금까지의 습관대로 답습과 번복만으로 인테리어 소품 생산에 전력하는 상황으로 이러한 전시가 만연돼 있다”며 “그곳에 돌 하나를 던져 파장을 일으키고자 하는 방법의 하나로 진행되는 것이 PEACE 쓰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도심 한복판, 기차역, 외진 바닷가, 정류소 등을 가리지 않고 서 있는 곳에서 예술 활동을 진행함으로써 그 현장을 특별한 장소로 바꿔왔다. 이번에 진행된 ‘PEACE 쓰기’ 작업은 문화공간 주차 갤러리 안으로 끌어왔다. 갤러리가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에게 다가갈 수 있는 보통의 공간임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전시기간을 4시간으로 한 것 역시 기존 전시 기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함이다. 문화공간 주차와 허 작가의 전시가 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공간이 새롭게 보였다.
허진권 작가는 국내외 개인전 43회, 단체전 400여회, 두렁전, 목묵회, 오오전, 야투창립, 결혼현장전 등 새로운 발상의 예술 세계를 지향하는 작가다. 현재 목원대 명예교수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