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유리천장 깨고 현장 뛰는 공직생활
"자신감을 갖고 열심이란 마음을 실천 중"

이현진 청주시 도로사업본부 균형건설과 녹색도로관리팀장.

[동양일보 이민기 기자]청주시 토목직 직렬에 여성 최초로 임용돼 지금껏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고 있는 남다른 공무원이 있다. 이현진(43) 시 도로사업본부 균형건설과 녹색도로관리팀장이다.

토목직은 예나 지금이나 재난·재해 업무의 최전방을 뛰어야 하고 곳곳의 개발 사업지를 찾아 현장 확인을 해야 하는 등 직무의 특성상 남성 공무원들이 즐비하다. ‘남녀평등론’이 보편화된 세상이 됐지만 여전히 시 토목직에 몸 담고 있는 공무원 약 240명 중 40명 가량이 여성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토목직은 남성들만의 분야인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이 팀장은 이런 ‘통념’을 오래전에 무너뜨렸다. 2005년도에 임용돼 보기 좋게 ‘유리천장’을 깨고 시 토목직 직렬에서 ‘선구자’가 된 것이다. 그의 무언가 다른 선택은 일신여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때 이미 시작됐다. 전공을 선택할 시기가 됐을 때 토목 분야에서 일하는 사촌 오빠와 상의 끝에 남성들이 득실대는 한국교통대 토목공학과에 응시해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이 팀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24세에 공무원 시험을 보고 시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여성 토목직 공무원에 대한 편견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시위대와 일방적인 주장을 들고 오는 민원인 등과 맞닥뜨리면 나이 어린 여성 토목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다. 앞에서는 당차게 대응을 했지만 뒤돌아서는 화장실 한켠에서 혼자 우는 일도 적잖았다. 그럼에도 이 팀장은 훗날 입직할 여성 토목직 공무원들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성과를 통해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데 부단히 노력했고 이는 자연스레 후배들을 위한 길을 닦는 결과로 이어졌다.

토목직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여성 동기가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노력밖에는 없었다. 이 팀장은 총사업비가 무려 2조원을 상회하는 청주테크노폴리스(2024년 완공 예정) 조성에 기여했고 청원구 건설과 하수관리팀장을 할 때는 시민 안전을 강조하며 충북 최초로 맨홀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등 성실과 끈기를 바탕으로 삼은 그의 ‘적극행정’은 시 안팎에서 인정을 받은지 오래다. ‘프로 토목직’ 공무원이라는 얘기도 듣는다.

이 팀장은 토목직 공무원을 꿈꾸는 여성들을 향해 "자신감과 열심이란 마음을 실천할 수 있다면 토목직에 도전해도 좋다"며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일할 각오와 실행력이 있다면 남성 공무원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여성이 좀처럼 가지 않는 길을 이미 오래전부터 씩씩하게 걷고 있는 이 팀장과의 인터뷰는 유쾌했다. 이민기 기자 mkpeace2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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