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미국이름 Danny Cho)
[동양일보]돌배꽃 이파리가 하롱하롱 지고 있는 어느 날, 내 작품이 당선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얼떨떨해서 그날 하루를 허둥거리며 보냈다.
수선화같이 가녀린 두 아이를 껴안고 있는 딸에게 먼저 소식을 알렸다.
“드디어 해냈네, 아빠!”
벙글거리는 딸아이의 얼굴.
“아빠, 이참에 우리 가족도 다 아빠 상 타는 거 보러 따라갈게.”
이 며칠 참 행복했다. 그러고 보니 고국행은 38년 만이다.
이민자로 사는 삶이란 한가로울 틈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문득 생소했다. 마른 낙엽 같았다.
세상을 관조할 나이가 되어서야 책상 앞에 앉을 여유가 생겼다. 시를 읽고 시를 써보고 산문을 읽고 산문을 써 보았다. 글을 써보니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짧았거나 긴 인연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나왔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내게 나쁜 사람이란 내가 만들어 놓은 나쁜 사람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걸 글로 써보자 하니 쉽지 않았다. 세상에 쉽지 않은 게 어디 글쓰기뿐이랴. 그래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었으니. 의자는 오래 앉아 있을수록 딱딱하고 부대낄 수밖에 없다. 그걸 이기고 앉아 있으면 얼핏 글이 보였다.
이민의 삶 속에 고국 땅에서 느껴 보지 못한 소외 된 색다른 인생이 많이 보였다. 입양아 얘기며 기지촌 여인의 애환이며.
그것을 글로 쓰고 싶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우리만의 아픈 얘기로 상처받은 영혼을 껴안고 싶었다.
그리하여
어느 마음 눌린 사람의 심장에 닿아 따뜻한 위로가 되는 글이 될 수 있는 그런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약력
1952년 경북 선산 출생
1982년 도미
2008년~2023년 에이전트 회사 운영
2016년 미주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부분 입상
2018년 미주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수필 부분 입상
2022년 재외동포 문학상 산문 부분 입상
2024년 무영 신인 문학상 당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