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인류의 지상 목표는 무병장수지만 노화는 당연히 일어나는 현상으로 질병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하버드의대 장수 연구의 결정판 『노화의 종말』에서 처음으로 노화를 질병으로 규정짓고 노화는 늦추고, 멈추고, 되돌릴 수 있다 발표했다. 죽음은 숙명적 존재지만 2045년이면 죽음의 개념이 사라지고 50년 안에 냉동인간의 부활을 예고했다.
노화 비밀의 열쇠는 염색체에 있는 생체시계라 일컫는 텔로미어라는 DNA 입자로 세포분화를 하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길이가 짧아지면서 노화가 진행된다. 역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길게 유지하면 노화가 방지되므로 생체시계를 거꾸로 늙은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역분화 연구를 이용한 역노화, 회춘 연구가 한창이다. 최근 늙은 생쥐에게 장기간 세포 역분화를 시도해 피부와 장기를 젊은 생쥐의 상태로 바꾸는 연구가 성공했다.
노인이 되면 치매가 발생하는데 아직 획기적인 치료제는 없다. 작년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레켐비가 미국 FDA의 허가를 받았지만 임상 3상시험에서 초기 치매 환자의 질병 진행 속도를 위약군 대비 약 27% 늦추는 수준이다. 젊은 피를 수혈받은 늙은 쥐는 근육량이 늘고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연구가 있다.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의 항노화 연구, 몸속에서 죽지도 않고 기능이 없는 좀비세포를 없애는 항노화 약물 연구, 현대판 불로초라 일컫는 라파마이신의 노화지연 연구가 진행 중이다.
늙지 않는 동물이 있다. 아프리카 땅속에 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8㎝의 작은 동물로 수명이 4년인 실험 쥐에 비해 8배나 길다. 미국 바닷가재는 스스로 텔로미어를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최대 100년까지 살고 암도 걸리지 않는다. 홍해파리는 생물학적으로 죽지 않는 불멸의 동물로 성체가 된 후 다시 어린 상태로 되돌리는 기능이 있다. 그린랜드 상어는 몸길이 7m, 무게 1t으로 눈의 기생충 때문에 앞을 못보지만 1년에 1cm씩 계속 자라 515년 된 상어도 있다. 일반적으로 동물은 몸집이 크고 세포 수가 많을수록 세포분열 시 DNA 돌연변이 발생이 쉬워 수명이 짧고 질병에 잘 걸리는 게 정설이다. 코끼리는 사람보다 세포수가 100배나 많지만 수명은 70세로 길면서도 암 발병률은 5%로 인간의 8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장수하는 동물의 생물학적 기전 연구는 수명연장, 항노화 연구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수명연장 연구기업인 캘리코는 500세로의 수명연장을 목표로 한다.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노인의 기준은 몇 살이 될까? 노화는 불가역적 현상이 아니라 진단·예방·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 과학자는 항노화 기술이 발전된다면 20, 30대 몸으로 150살까지 살 수 있고, 지금 태어난 아기는 200살까지 살 것이라 예측했다. 항노화약 개발, 게놈정보를 이용한 질병예방과 맞춤형 치료, 줄기세포를 이용한 노화세포 대체,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질병유전자 대체, 생체시계를 되돌리는 역분화 기술이 실용화되면 머지않아 장수의 보편화로 평균 100세의 시대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고 있다” 라 말할 것 같다. 초고령사회의 목전에 있는 우리나라는 205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0%가 넘는 늙은 국가가 된다. 지금이야말로 항노화, 장수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