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병찬 청주시 서원보건소 공중보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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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하다가 발견한 것은 ‘충치가 없는 사람은 있지만 충치가 하나만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다. 같은 집에서 나고 자란 형제라 할지라도 한 아이는 양치질을 잘 해도 충치가 생기고 한 아이는 양치질을 잘 하지 않더라도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 또한 충치가 한번 생기는 사람은 계속해서 충치가 잘 생긴다. 그렇다면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가 충치라고 말하는 ‘치아우식증’은 비전염성 질환이다. 환경, 생활습관, 유전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므로 우리는 이 세가지 요소를 고려해 치아를 올바르게 관리하고 충치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유치가 빠진 뒤 나는 치아를 ‘영구치’라 부른다. 그래서 사람들이 치아를 관리만 잘 하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리를 아무리 잘 하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노화를 완전히 막을 수 없듯이 치아 역시 다른 부위들과 마찬가지로 수명이 있는 소모품처럼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치아를 지속적으로 올바르게 관리해 치아의 수명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충치가 생기면 신경치료와 같은 보존치료를 통해 치아를 조금 더 사용할 수 있겠지만 신경치료를 한 치아는 그 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우리의 치아는 다른 신체 부위와 달리 재생하지 않는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충치에 의해 사라진 치아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흔히 가장 공격적인 치료는 ‘질병예방’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치아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충치가 생기지 않게 예방해야 한다. 그래서 유치 때부터 충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릴 때 치과에서 충치를 예방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불소 도포이다. 우리의 치아가 처음 잇몸에서 나올 때는 충치에 취약한 상태이다. 치아는 맹출 후 2년에 걸쳐 침이나 음식 등을 통해 점차 단단해지는데 이때 불소 이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치아가 강화되는 2년 동안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충치가 잘 생기는 상태가 될 지 아닌 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 관리하는 것이 좋다.

유치가 나는 시기부터 불소도포를 통한 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 너무 어린 경우에 과한 불소는 오히려 치아에 좋지 않고 설사를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개개인의 우식위험도에 따라 불소 도포 주기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동네에 있는 치과의원에 방문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진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지속적으로 아이의 치아를 관찰하며 치아가 맹출하는지 확인하고 만2세부터 약 15세까지 약 3-6개월 간격으로 치과를 방문해 전문가로부터 지속적인 불소 도포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 큰 어금니가 맹출하는 동안에는 3개월마다 불소도포 하는 것을 권장한다.

흔히 외상을 입었을 때 치료를 받아 죽음에 이르는 것을 방지할 가능성이 큰 시간을 골든 타임이라고 부른다. 치아가 맹출하는 시기는 치아를 충치로부터 지킬 수 있는 골든 타임일 수 있다. 밝고 아름다운 아이들의 구강건강과 삶의 질을 위해서라도 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불소 도포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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