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선규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충북한의사회 정책기획이사

염선규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충북한의사회 정책기획이사

[동양일보]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단일 질환 사망 원인 4위가 바로 뇌졸중이다. 2023년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10만 명당 뇌졸중 사망률은 2002년 88.3명, 2012년 36.2명, 2022년 21.3명 등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뇌졸중 환자수는 2022년 63만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즉 사망률은 낮아졌지만, 보통 10% 내외의 경우에서만 완치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수가 증가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뇌졸중은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뇌혈관의 출혈로 인해서 뇌에 혈액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뇌신경 조직의 손상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큰 바람을 맞았다는 뜻으로 중풍(中風)이라고 부르는 질환이다. 풍자백병지장(風者百病之長)이라 하여 병중의 왕이라고 할 정도로 큰 질병으로 보았다. 사망의 위험이 높고, 사망하지 않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서 신체 절반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반신불수(半身不隨) 등의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뇌졸중을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천천히 진행되지만 갑작스런 발병 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의료계 전체적으로 발병률 자체를 낮추는 것이 가장 큰 화두이며, 다음으로는 조기발견과 뇌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초기치료인 이유다. 따라서 △편측 운동장애 및 감각장애 △언어장애 △시각장애 △평형감각 이상 등 뇌졸중의 대표적인 전조증상이 의심된다면 지체 없이 가까운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높은 스트레스 지수, 생활패턴의 변화 등으로 인해 뇌졸중 증상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과성 허혈 발작, 이른바 ‘미니 뇌졸중’이 젊은 층에서도 자주 나타나고 있는 만큼 더욱 주의를 필요로 한다.

기본적으로 뇌졸중으로 손상된 뇌조직은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뇌졸중 치료의 목표는 진행을 최대한 막고 후유증을 줄이는 데 있다. 보통 발병 후 6개월 정도까지가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이다. 만약 물론 6개월이 지나 후유증이 고착화 된 시점이라면, 완치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손상된 기능을 최대한 회복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 뇌졸중의 한의학적 치료는 손상된 뇌신경 주위의 다른 신경을 자극하고 교육해 ‘뇌의 가소성’을 높이는데 방점을 둔다. 즉, 인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손상된 뇌 조직의 주변 뇌세포가 새롭게 연결되는 과정을 빠르게 해주어 진행을 늦추고 회복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침, 전침, 약침, 뜸, 부항, 도인운동요법, 한약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데 실제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많다. 게다가 2024년 4월부터 시행되는 첩약 건강보험 2단계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는 매우 좋지만 가격적인 부담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던 한약의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사실도 매우 고무적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풍(뇌졸중)은 발병하고 나면 고치기 매우 어렵고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따라서 어느 질환보다노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뇌졸중의 주범이라 불리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부정맥 등 각종 대사질환이 있다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평소 과음, 과식을 피하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등 기본적인 섭생((攝生)을 잘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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