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 기상청장
봄은 ‘적당함’의 계절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로, 생명이 자라고 꽃을 피우는 계절이다. 이는 지구가 매년 우리에게 추운 겨울이라는 고난을 끝내고 주는 따스한 선물이었다. 하지만 봄이 점차 적당함에서 멀어지고 있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30년 대비 봄의 시작일이 17일 빨라졌다. 그리고 차츰 빨라지고 있는 봄과 함께,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도 더 이르게 찾아오고 있다.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이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화분(花粉)이 사람의 눈과 기관지에 들어가서 나타나는 봄철의 대표적인 알레르기 반응 중 하나로, 비염, 피부염, 결막염, 천식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 많은 이들에게 곤혹스러움을 주고 있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꽃의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어,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와 1년 중 꽃가루에 노출되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즉, 기후변화가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시간을 더 길게 만든 것이다.
기후변화로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건강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기상청은 국민의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보건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적극 행정을 실천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건강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기상청은 국민의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보건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적극 행정을 실천하고 있다. 첫 번째는 꽃가루농도위험지수이다. 기상청 날씨누리에서 볼 수 있는 꽃가루농도위험지수는 4월부터 6월, 8월부터 10월에 꽃가루 농도를 예측하여 알레르기 질환 발현 가능 정도를 나타낸 지수이다. 꽃가루 농도는 기온, 풍속, 강수 등에 따라 바뀌는데, 기상청은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여러 기상 조건을 반영한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제공함으로써, 알레르기 환자들이 외출하기 위험한 날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두 번째는 꽃가루 달력이다. 이는 각 기상 관서에서 채집한 과거 꽃가루 관측값을 이용하여 도시별 13개 수종의 꽃가루 날림시기를 나타낸 달력으로, 국립기상과학원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우리나라 8개 지역의 꽃가루 달력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 꽃가루 달력은 각 수종에 따른 시기별 꽃가루 날림 양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데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꽃가루와의 승부가 장기전이 된 만큼, 봄은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더욱 불편한 계절이 되고 있다. 하지만 추웠던 겨울을 지나고 따스한 봄날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만큼은 모두가 같을 터,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꽃가루 정보를 통해 알레르기 발생 여부를 미리 확인하여 대비한다면 건강하게 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4~5월은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시기이므로, 야외 활동 시 꽃가루가 얼마나 날리는지 알고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슬기로운 꽃가루 정보 활용으로 모두 함께 즐겁고 행복한 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