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뉴욕동물원에서 13년을 살다 탈출해 맨해튼에 뉴요커로 살면서 시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수리부엉이 ‘플라코’가 유리건물에 충돌해 죽었다고 보도했다. 동물원에서만 살아온 그가 대도시에서 살지 못할 거라는 우려로 한때 포획도 시도했지만 쥐를 잡으며 버티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불포획 운동이 전개됐다. 탈출 1주년, 언론의 조명을 받은 지 20일 만에 플라코는 죽었다. 뉴욕시에서는 매년 23만 마리 새가 충돌로 죽고 국내에서 하루 2만, 연간 800만 마리 야생조류가 건물유리창, 투명방음벽 등에 충돌해 죽는다 한다.
새 충돌의 슬픈 경험은 필자에게도 있다. 농막만 있을 때는 참새, 딱새, 박새, 직박구리 등 온갖 새들과 새 소리로 떠들썩했다. 산중턱에 건물을 지으면서 건물유리벽과 유리난간에 새들이 충돌해 매일 10마리 이상 죽어갔다. 유리창에는 새가 처참히 머리를 찍고 부딪힌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떨어져 죽은 새는 부리와 머리가 박살나 피에 젖어 있었다. 그 참혹함에 충격을 받아 모든 유리창에 새들이 장애물로 알고 피할 수 있는 5x10cm 간격의 격자무늬점 필름을 감싼 후 충돌로 죽는 일은 사라졌다.
새충돌방지필름은 디자인 면에서 건물 외관을 훼손치 않고 돋보이게 하는 새보호의 상징물이다. 소음과 먼지를 방지하는 유리방음벽과 건물벽은 새들의 로드킬이자 죽음의 벽이다. 새들은 투명하고 반사성 있는 유리를 장애물 아닌 허공으로 인식해 돌진하기 때문이다. 필름 부착 이후 곳곳에 새집을 달고 새들에 사죄하려 했지만 주변에 있던 텃새들이 거의 죽었는지? 살아남은 새들이 동료의 충격적인 죽음의 순간을 전했는지? 새들은 더 이상 오지 않고 새집은 아직 빈 채로 남아 있어 필자를 슬프게 했다. 보리수 열매는 새들이 가장 좋아하는 열매이다. 건물 신축 전, 큰 보리수에 새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면 온갖 새들이 찾아와 하루 만에 모두 먹어 치워 새들의 식성에 놀란 적이 있다. 건물 신축 후 필름을 붙인 다음 해에도 보리수 열매가 가득 열렸지만 새들은 더 이상 오지 않고 열매는 2년째 그대로 시들어 땅에 떨어져 안타깝게 했다. 새들이 떠난 데 새들의 잘못은 없다. 건물의 외관을 돋보이게 설치한 유리벽이 새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책임은 필자에 있기 때문이다.
충북야생동물센터에 따르면 일반 새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야생조류, 플라코와 같은 부엉이과 맹금류들도 가끔 투명방음벽이나 건물유리창에 부딪혀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한다. 도시의 밤을 화려하게 밝히는 조명은 새들에 심각한 위협이자 생태적 덫이다. 도로 곳곳에는 투명방음벽과 자연경관이 좋은 곳에는 대형 유리빌딩이 들어서 있다. 환경부는 2023년 6월부터 ‘조류충돌방지법’이라는 야생생물보호법을 시행해 새충돌방지필름 부착을 권장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고 비용과 외관 문제로 고층 유리빌딩에 필름을 한 곳은 드물다.
숲과 나무, 새와 인간은 공존해야 한다. 인간의 욕망을 위한 투명방음벽과 유리빌딩은 새의 죽음의 덫이고 새의 죽음은 인간의 책임이다. 새충돌방지필름 설치는 인간의 새보호와 새사랑의 시작이자 의무이자 최소한의 양심이자 도리이다. 새들이 도시에서도 마음 놓고 창공을 날기 바란다. 하늘은 우리에겐 허공이지만 새들에겐 날아다니는 삶의 길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