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세계보건기구(WHO)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조류독감) 바이러스(AI, H5N1형)의 포유류에의 확산과 함께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H5N1이 철새를 통해 국가 간에 확산될 수 있다 경고했다. 미국 농무부는 미 9개 주 젖소 34마리의 H5N1 감염을 확인하고 야생 조류를 통한 전파로 추정했다. H5N1은 20년간 세계 23개국 889명에 감염, 463명 사망으로 치사율이 52%에 이르지만 사람간의 전파 보고는 아직 없었다.

최근 미국에서 H5N1에 감염된 젖소와 접촉한 사람이 감염되었는데 야생조류와 접촉한 가축에 의한 감염의 첫 사례였다. 남미에서는 돌고래, 물범이 H5N1 감염으로 집단 폐사되었다. 사망한 돌고래의 부검시 폐, 기관지 등 호흡기에 이상이 없었지만 뇌와 척수내에 심한 염증과 뇌에 H5N1 항원과 유전물질인 RNA가 발견되어 고병원성 H5N1 감염 돌고래의 세계 첫 사례였다. H5N1는 젖소에서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면역력이 없는 해양 포유류에는 치명적이었다. 바이러스가 조류에서 인간으로 바로 전파되지 않은 것은 동물마다 세포가 다른 종간장벽의 특성으로 바이러스가 다른 동물에 쉽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이가 거듭되면서 종간장벽이 깨져 면역력이 없는 사람에도 감염될 수 있다.

며칠 전 미국 시중에 유통되는 저온살균 우유에 H5N1 양성반응이 나타나 축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 FDA는 우유속에 바이러스 입자는 있지만 감염력은 없어 안전하다 발표하면서 가공 쇠고기에 대한 샘플 조사에 나섰다. H5N1이 젖소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돼지에까지 전파 위험이 증가되고 사람 대 사람 전염이 이뤄질 정도로 바이러스가 진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감염병들은 감염 동물접촉을 통한 사람 개인의 감염에서 시작되었다. 1918년 스페인독감은 미국 캔자스 닭농장에서 시작되었다. 변형된 바이러스 H1N1형에 감염된 한 농부가 훈련소에 입소 후 부대 전체에 전파되고 감염된 미군들이 수송선으로 유럽 전선에 이동하면서 유럽 전역에 전파되었다. 세계 인구 19억중 약 5억명이 감염되어 전사자보다 많은 5천만명이 사망하였다. 1957년 2천만명이 사망한 아시아독감, 홍콩독감은 철새, 닭, 돼지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쳐 인간에 감염된 것이다. 2002년 11월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한 SARS는 사향고양이를 다루던 남성에 감염되고 역학조사 했던 교수를 통해 홍콩 전역에 전파되어 774명이 사망하였다. 2009년 세계를 휩쓴 신종인플루엔자는 돼지독감바이러스가 변이되어 사람에 전파된 감염병으로 2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팬데믹 COVID-19의 감염의 서막은 박쥐(?) 또는 야생동물에서의 감염에서 시작되어 7억명 확진자, 7백만 사망자를 내었다.

바이러스는 늘 새로운 숙주를 찾아 감염시키면서 진화되어 사람에의 감염 능력을 키우고,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시킨다. 최근 AI는 조류를 넘어 개, 고양이, 스컹크, 곰, 물개, 돌고래 등 다양한 동물에 퍼져 코로나보다 100배 더 위협이 되고 있다. H5N1의 동물간의 확산은 팬데믹 감염병으로 이어져 사람에 대재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사람은 물론 철새, 야생조류를 포함한 여러 동물에 대한 H5N1 예방 및 진단 역량을 갖추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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