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모시’ 전통을 보존하고 이어가는 곳
모시풀 재배부터 모시 전 제작과정 한 눈에
모시는 우리 조상들의 삶이고 생활…보존은 후대의 몫
“한산 모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심과 애용 절실”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서천군 한산면 지현리에 위치한 한산모시관에 도착했을 때 국가무형문화재 제14호 방연옥(70) 선생은 모시삼기를 하고 있었다.
도지정문화재 길쌈놀이 전수자인 홍경자(82) 선생은 모시매기 작업에 한창이었다. 18살 때부터 시작해 60년 넘는 세월 모시로 3남매를 키워낸 선생의 길쌈놀이 노동요는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울림이 있었다.
“하늘에다 베틀놓고 구름잡아 인화걸고/ 청배나무 바디집에 옥배나무 북에다/ 뒷다리는 돋아놓고 앞다리는 낮춰놓고/ 올공조공 짜느라니 조그만한 시누이가/ 올케올케 우리올케 그 베 짜서 뭐할라나/ 서울 가신 자네오빠 강남도포 해줄라네/ 진주댁에 두룸마리 이슬밭에 내널어서/ 은다리미 놏다리미 요모조모 싹다려서/ 대문밖에 썩나서서 개성낭게 걸어놓고/ 우리선비 아니오나 오기는 오내마는”
“풍상시럽고 어려운 작업”을 평생 하기 싫다 마다하지 않은 선생의 모습에서 책임을 다한 이의 편안한 기운이 느껴졌다. 모시는 우리 조상들의 삶이고 생활이었다. 눈물이고 행복이었다.
유수한 문화를 만들어 온 선조들의 지혜와 숨결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은 후대의 몫이다.
△한산모시 우수성 보여주다
충남 서천군의 한산면은 인구 2500명의 작은 시골마을이다. ‘한산韓山’은 ‘큰 고을’이란 뜻으로 조선시대 말엽까지 한산군으로 불렸으며 한산모시와 한산소곡주로 유명하다. 한산세모시의 맥을 잇고 그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1993년 8월 개관한 한산모시관에서는 모시풀 재배부터 태모시만들기,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짜기까지 전 제작과정을 볼 수 있다. 태모시만들기, 모시차, 모시짜기 등의 체험프로램도 마련돼 있다. 주요시설로는 △한산모시 홍보관 △한산모시 전시관·전통공방 △방문자센터 △전통문화교육관 △복원가옥 △공예마을이 있다.
한산모시홍보관은 한산모시의 유네스코 등재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모시제품 전시판매장, 모시공예·의상실 등을 운영한다. 한산모시 전시관·전통공방은 모시의 역사와 문화, 모시 제작과정이 전시돼 있다. 국가무형유산 한산모시짜기와 충남무형유산 한산모시짜기 보유자가 모시를 제작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방문자센터는 한산모시관을 방문하는 관람객을 위한 안내시설이다 모시옷 입기 우료체험 서비스와 포토존 등이 갖춰져 있다. 전통문화교육관은 한산모시의 맥을 잇기 위한 교육관으로 무형유산의 공개시연과 다양한 체험활동 등을 할 수 있다. 공예마을은 다양한 공예체험이 가능하고 바닥 분수 등의 편의시설이 있다.
△‘한산모시짜기’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한산모시는 백제시대 한 노인의 현몽으로 건지산 기슭애서 모시풀을 발견한 이래 1000여 년 동안 나라의 진상품으로 이어 내려온 서천의 명물이다. 4~9월 매월 초·중·하순 1일과 6일 모시장이 열린다. 모시장은 오전 4시쯤 열린다. 습기를 흡수하고 발산하는 속도가 빠른 모시의 특성으로 정해진 시간이다.
한
산모시가 탄생하려면 먼저 모시풀을 수확해 잎사귀를 제거하고 바깥쪽을 벗겨내 속껍질을 물에 담갔다 말려 태모시를 만들어야 한다. 태모시 가닥을 이와 손으로 찢은 다음 그것들을 서로 이으면 모시를 짜는 재료인 모시굿이 된다. 모시를 짜기 위해선 태모시 째기와 가닥들을 손바닥으로 비벼 연결시키는 삼기 작업을 거친다. 이어 베틀에 걸 날실 길이와 올 수를 맞추는 날기 작업, 콩가루와 소금을 물에 풀어 만든 콩풀을 여러 개 날실에 묻히고 왕겨 불로 말리는 매기과정을 거친다. 콩은 풍부한 기름기로 날실의 이음새를 매끄럽게 한다. 소금은 습도조절에 이용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날실과 씨실을 엮어 모시를 만드는 짜기과정에 들어간다. 발로 베틀의 쇠꼬리채를 잡아당겨 도투마리에 감긴 날실을 벌린 다음 씨실이 감긴 북을 좌우로 움직여 모시를 완성한다. 이렇게 수작업으로만 만들어진 한산지역 모시는 섬세하고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단아하고 청한 멋이 있어 모시의 대명사로 불리는 한산모시는 인체에 해가 전혀 없는 천연섬유다. 색은 백옥처럼 희고 맑으며 가벼워서 여름철 옷감으로 으뜸이다. 빨아 입을수록 윤기가 돌아 항상 새옷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한산모시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한산모시짜기’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한산모시전통농업’은 제18호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각각 등재 됐다.
노은주 모시소곡주팀장은 “모시가 합성섬유에 가려져 사양화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천연섬유 최고의 제품으로 입증된 한산 모시가 현대생활에서도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전통에 대한 관심과 애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천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