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2020~2023년 전국 하수처리장 분석 '마약 지도' 공개
필로폰 4년 연속 전국 검출

 
 
4년간(2020∼2023년) 시도별 주요 마약류 검출 여부(제공=식약처)
4년간(2020∼2023년) 시도별 주요 마약류 검출 여부(제공=식약처)

 

[동양일보 박은수 기자]전국 하수처리장 34곳에서 잔류 마약류를 분석한 결과 모든 곳에서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년간(2020~2023년) ‘하수 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행태’를 조사한 결과를 29일 홈페이지(mfds.go.kr) 등에 알렸다. 또 검출 여부를 표시한 인포그래픽 지도도 함께 공개했다.

하수역학은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고 하수 유량과 하수 채집 지역 내 인구수 등을 고려해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한다.

4년 평균 메스암페타민 사용추정량 인포그래픽
4년 평균 메스암페타민 사용추정량 인포그래픽

 

부산대 환경공학과의 오정은 교수가 주관한 하수역학 연구팀은 전국 17개 시‧도별 최소 1곳 이상, 산업·항만 지역 등을 대표 하수처리장으로 선정하고 연간 분기별로 4회 채집해 필로폰(메트암페타민)·암페타민·엑스터시(MDMA)·코카인 등 불법 마약류 성분의 검출량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2020년부터 조사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이 4년째 계속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마약류 농도를 통해 추산한 해당 하수처리장 구역 주민 1000명 당 필로폰 일일 사용량은 2020년 24.16mg에서 지난해 14.40mg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그간 서울권에서만 주로 나타났던 코카인은 지난해 세종 지역에서도 검출되는 등 확산세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하수처리장 57곳 가운데 5곳에서만 검출됐지만, 전국 평균 사용추정량은 2020년 0.37mg에서 지난해 1.43mg으로 계속 늘었다.

암페타민은 청주‧광주에서 높게 나타났고 코카인은 세종‧서울 난지, 필로폰은 경기 시화‧인천, 엑스터시(MDMA)는 경기 시화·전남 목포에서 많이 검출됐다.

물론 지역별 사용추정량은 시료 채취 시기의 강수량, 이벤트(집회 등)나 하수처리 구역 내 유동 인구 등의 영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

4년 평균 코카인 사용추정량 인포그래픽
4년 평균 코카인 사용추정량 인포그래픽

 

마약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정황이 자료로 드러나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마약류 폐해인식 실태조사 결과나 마약류 사범 수의 암수율(숨겨진 범죄 비율)을 고려할 때 이미 우리 사회에 불법 마약류 사용자가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향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도 "국내 마약류 사용행태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층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상자별 적절한 교육내용과 방식을 충분히 검토해 국내 실정에 맞는 교육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앞으로 그간 실시해 오던 특정물질 위주의 분석과 다빈도 검출 물질 분석을 병행해 필요시 임시마약류나 마약류로 새로 지정하고 신종마약류를 탐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등과 협업해 하수 역학 기반 마약류 실태조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박은수 기자 star0149@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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