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동양일보]최근 IB(국제 바칼로레아)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시도교육청이 증가하고 있다. IB는 1968년 스위스 비영리기구 IBO에서 전세계 어느 대학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게 개발된 국제공인 대입 시험·교육 프로그램이다. 160개국 195만명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으며, 국내는 2019년 제주교육청과 대구교육청이 IBO와 한국어화 협약을 한 후, 2024년 현재 도입 확정 시도교육청이 11곳에 이른다. 도입 초부터 여러 논쟁이 있었으나, 다행히 국내 사례가 전무하던 초기와 달리 오해의 대부분은 실증 사례로 해소되고 있다.
IB를 ‘교육과정(커리큘럼)’이라 하는 것은 맞지 않다. IB에서도 초∙중학교 프로그램은 커리큘럼이 아닌, ‘프레임워크’임을 강조한다. 각국 초∙중학교는 그 나라의 국가교육과정 이수 의무가 대부분이다. IB가 또 다른 교육과정이라면 각 국가교육과정과 충돌돼 160개국까지 확산 못 됐을 것이다. 커리큘럼의 핵심은 교육내용인데 IB는 교육내용 규정 없이 IB가 제시한 ‘프레임워크’에서 각 국가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재구성할 수 있게 한다.
고등학교 프로그램은 입시 때문에 시험 범위와 교육과정이 있다. 다만 국내 공교육에서는 IB가 학교 전체의 ‘교육과정’이 아닌 고교학점제에서 인정하는 ‘과목’으로 도입돼 고교 2, 3학년 동안 전과목을 IB 교과로 선택할 수도 있고, 한두 과목만 선택할 수도 있고, 수업만 듣고 IB 최종시험을 안 보는 선택도 가능하다. ‘외국 교육과정 내용’을 배우는 게 전혀 아니고 우리 문학, 우리 역사를 배운다. 따라서 국내 공교육의 IB는 공식적으로 ‘교육과정’이 아닌 ‘프로그램’이라 한다.
다만 평가 체제가 다르다. 우리 국가교육과정의 목표 역량과 IB 목표 역량이 차이가 없으나, IB가 이를 더 제대로 평가하는 체제를 갖고 있어서 IB를 배우려는 것이다. 즉, IB는 다른 외국 교육과정이 아니라, 우리 국가교육과정의 추구 역량을 제대로 기르기 위한 유용한 방법론이다.
IB가 아시아에서는 주로 영어 가능한 국제학교·사립학교에서 운영돼 귀족교육·엘리트교육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전세계 IB 학교의 절반이 공립이고 특히 미국은 2000개 이상 IB 학교의 약 90%가 공립이다. 저소득층 공립학교의 교육격차 해소 정책으로 도입되기도 했다. 국내도 대구와 제주의 일반고에 무상 도입됐는데, 제주는 특히 낙후 지역 학교의 전교생이 IB 교육을 받는 모델이다. 운영 현장에서 상위권보다 오히려 중하위권이 더 수혜를 받는다는 교사 증언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공립 IB 현장은 이미 귀족·엘리트 인식이 해소됐다.
IB 대입 적용은 나라마다 다르다. 영국은 교사가 채점한 IB 예상 점수로 입학 사정을 한 후 수능 최저점수처럼 IB 최저점수를 맞춰야 합격되는 체제다. 미국은 IB 점수를 반영않고 과정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평가한다. 한국도 현재는 수능 최저 등급 요구 없는 학생부종합전형(대학별 20%~50%)으로 지원하기에 IB 최종 점수를 반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구와 제주의 첫 IB 졸업생은 역대급 대입 실적을 이뤘다. 국내 대학을 우선 목표했지만 동시에 해외 대학 합격 쾌거도 보도됐다.
이처럼 IB에 대한 우려는 대개 현장 경험으로 해소된다. 다만 IB 공교육 도입 목표는 전국적 확산 자체가 아니라, 일부 도입을 기반으로 전문성을 축적해 궁극적으로 우리 수능과 내신을 선진화할 가칭 KB(한국형 바칼로레아)를 개발하는 것이다. 오해는 실증 사례를 통해 해소되고 있으니, 이젠 찬반 논쟁을 넘어 IB를 참고한 KB 개발 논의를 시작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