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
담배공장을 문화제조창으로 바꾼 일등공신
‘다르고 다운 청주’ 만들어 한국 넘어 세계 메카로
로컬이 곧 세계화 “청주의 골목골목을 문화로 춤추게”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한때 3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연간 담배 100억 개비를 생산했던 담배공장. 폐업 이후 틈새로 날아든 비둘기 똥에 찌든 담뱃재 냄새가 인근 10km까지 진동하고 외곽 페인트는 벗겨져 을씨년스럽기까지 해 지나는 시민조차 외면했던 곳.
그랬던 곳이 들썩인다. 잔디광장에 사람들이 돗자리를 들고 모여들고 허름한 동부창고는 소풍 나온 가족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본관 건물에 있는 식당가와 전시장, 공예관, 도서관, 키즈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입주 창작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정을 불태운다. 도시재생 모범사례로 전국에서 벤치마킹이 들어오고 타지역 시민들의 부러움의 공간이 됐다.
오늘이 있기까지 그 중심에, 켜켜이 쌓인 먼지 더미를 뒤집어쓰고 찌든 담배 냄새를 손수 닦아내며 청주예술의전당 등에서 열리던 공예비엔날레를 2011년 문화제조창으로 끌고 들어온 사람, 그것이 초석이 돼 지금의 문화제조창을 있게 한 장본인, 변광섭(57)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가 있다.
당시 일개 부장으로 발버둥치며 폐에 이상이 생기고 ‘피*’을 싼 게 문화제조창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는 그는 전국의 문화재단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임원에서 대표이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하다.
2022년 11월 청주대 겸임교수직을 사임하고 공모에 응해 재단의 2대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그는 크게 3가지를 공약했다.
△청주형 로컬콘텐츠 완성 △문화제조창을 대한민국 최고의 예술공장으로 △청주 구석구석 명소화 등이다. 2년의 임기를 생각하면 쉴 시간이 없다는 그는 △재단이 전국적인 평가에서 역대 최고 평점 S등급을 받고 △충북콘텐츠코리아랩 5년 연속 최우수기관 선정 △대한민국 1등 법정문화도시 선정 △공예비엔날레 대한민국 로컬 100·K-컬처 이벤트 100 선정 △25년 만에 세계공예가협회 ‘세계공예도시’ 인증 등을 성과로 뽑으며 현재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수많은 작업을 추구해 나가는 그의 지론은 하나다. ‘공간이 살아야 역사가 살고 사람이 산다’는 것.
가장 안타까운 사례로 옛 청주 ‘대농’공장이 사라진 일을 꼽는다. 대농이라는 공간이 사라지니 그 역사도 사라지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도 잊혀졌다. 지금의 문화제조창 역시 아파트가 들어설 뻔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세종대왕이 다녀가고 세계 3대 광천수의 하나인 초정약수가 있는 고향 초정리에 목욕탕에 공장과 러브호텔만 있는 게 안타까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아버지의 집을 아들이 고쳐’ 공연이 열리고 시인 초청 강연회도 하는 ‘책의 정원’ 문화공간으로 살려 놓았다.
자신의 직업은 ‘문화기획자’, ‘로컬크리에이터’라는 변 대표.
직업인으로서 그가 해야 할 일은 청주가 가진 자원을 십분 활용해 청주만의, 청주다운 콘텐츠를 만들고 전국의, 세계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에겐 여성·동양인 최초 베를린예술대상을 수상한 재독 작곡가 박영희, 세계 최고의 베이스 연광철이 있잖아요. 또 다음 달이면 청주시립미술관에서 기획전을 여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준도 있고요. 그들이 모두 청주의 자원인데 박영희 음악제, 연광철 음악제, 강익준 미술제 등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잖아요”
청주, 충북 출신의 예술인을 찾아내 콘텐츠를 만들고 공간을 조성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그 안에서 미래의 자원이 될 청년작가를 발굴하고, 그렇게 이어가는 게 의무이고 자긍심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가 강익중을 거론한 순간 불현듯 그와 강익중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강익중’이 ‘소통과 화합’, ‘조화와 연결’이라는 주제로 40여년의 창작생활을 일관되게 추구해온 것처럼, 그래서 남북한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 실향민들의 고향 그림이 담긴 타일 100만장을 쌓아 남북을 연결하는 ‘꿈의 다리’를 놓는 꿈을 꾸는 것처럼, 문화기획자 ‘변광섭’은 인간 삶의 정서적 근간은 문화이고 로컬문화가 제일의 콘텐츠가 되는 시대에 ‘청주’를 대한민국이, 전 세계가 선망하는 문화도시로 만들어 지구촌의 플랫폼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잊지 않고 잇기 위해’.
변 대표는 1966년 청주 초정리 출생으로, 청주대 국문과와 경희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를 졸업했다. 9년간 세계일보 기자로 재직했으며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특별위원 등을 역임하고 대한민국지역혁신가상,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등 다수 수상했다. 저서로 <이어령이 사랑한 청주>, <샘이 깊은 물, 뿌리 깊은 청주>, 문화부 우수도서에 선정된 <즐거운 소풍길>, <생명의 숲 초정리에서> 등이 있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