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콜렉티브 구축을 위하여
이재복 우암동동네기록관·청주사진아카이브도서관 대표
[동양일보]“우암-콜렉티브” 구축을 목표로 동네기록관 운영을 시작했다.
우암동에 거점을 두고 청주 전역의 도시 현상을 사진으로 담아보고자 했다.
“도시기억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청주미래유산아카이브” 등 시민 기록 활동가와 청주를 기록했다.
2020년 처음 기록한 곳은 봉명주공아파트로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단층 아파트였다. 1980년대 만들어진 이곳은 당시 프랑스 건축가에 의해 설계되었다고 하는데 마당이 있는 아파트로 고급 빌라촌 느낌의 정원이 있는 주거지였다. 봉명주공아파트의 재개발이 확정되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주민들을 기억하고, 주거 형태와 식물 등 주변 환경도 빠짐없이 기록하였다. 당시 2명의 사진가가 무려 3만 장에 가까운 사진을 기록했는데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작업했다.
2021년은 청원구청 뒤 새싹 놀이터를 기록했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인근 상권의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동네 놀이터를 주차장으로 바꾸겠다고 계획했던 곳이다. 이 놀이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평균연령 70대의 넘는 고령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하 주차장으로 사업이 변경되고 지상에 녹지를 추가하긴 했지만 이전 환경과 비교하면 옹색한 쉼터이다. 그곳을 매일 이용하던 주민 100여 명을 기록해 공간의 기억을 책으로 남겨드렸다. 아직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 프로젝트이다.
2022년은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시도했다.
청주에서 동네기록관을 운영하던 15개의 공간을 탐방하고, 운영자들과 협력해 전시와 출판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구성했다. <시작하는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민간 기록 활동을 시도하는 청주 동네기록관의 발자취를 연구하는 작업이었다. 기록 활동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던 시간으로 “기록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는 말이 실감 나던 작업이었다.
2023년은 마을 기록을 목표로 했다.
청주 남주동에 고층 아파트 건설이 시작되며 마을이 술렁거리고 있었다. 청주 원도심의 심장, 남주동이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급히 마을 기록을 시도했다. 남주동이 가지고 있는 역사, 그중에서도 옛날부터 이어져 온 골목들의 이름, 역할을 구술 채록하기 시작했고 지금 남아있는 가구거리, 한복거리 외에도 수많은 공공기관과 상인들이 남주동에서 해왔던 활동을 알 수 있었다.
2024년 올해는 5년간의 동네기록관 활동을 정리하는 “우암-콜렉티브 1.0”을 계획하고 있다.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고, 민간기록물, 시민활동가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기록하는 사람은 하루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라는 어느 라디오의 카피를 기억하며 동네기록관 활동을 통해 지역문화 콘텐츠가 더욱 단단해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