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충북광화원 제안원 원장

[동양일보 유명종 기자]"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이 함께 일하고 배우면서 자신 안에 있는 힘을 찾아내기를 바랍니다"

37년간 사회복지를 위해 헌신해 오고 있는 이기동(63·사진·청주시 용암동) 충북광화원 제안원 원장의 말이다.

그는 1987년부터 사회복지사로 일해왔으며 국제 아동 구호 기구인 월드비전의 충북지부장과 아동 복지 시설인 전남 화순의 자애원·무안의 소전원 원장을 역임하고 2018년 충북광화원 제안원의 원장으로 취임했다.

충북광화원 제안원은 2000년 10월 청주 상당구 탑동에 처음 문을 연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로 지난 11일 규모 확장과 사업 신설 등을 위해 청주 상당구 미원면으로 시설 이전을 했다.

이 원장은 "우연한 계기로 사회복지사의 길에 들어서게 됐으나 한 번도 그 선택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대학에서 교육학을 배웠는데 군대를 전역하고 나니 해당 학과가 사라져 사회복지로 진로를 변경하게 됐다"며 "당시에는 갑자기 새로운 길에 들어서게 돼 당황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것들이 다 운명이고 하느님의 뜻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복지 현장에 뛰어들고 지금까지 봉사하며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장애인이 겪고 있는 고통과 슬픔 그리고 소외감이 단지 그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보통 장애인 문제라고 하면 그 당사자의 아픔 만을 떠올리지만 실상은 그 주변 가족들이 더 고통스럽다. 사회복지사로서 품고 있는 작은 소망은 장애인 가정이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안원은 장애인들이 직접 제품을 가공하고 제작하며 일을 배우는 직업재활시설이다. 이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고 집에서 무료하게 혹은 소외된 상태로 있는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도 할 수 있다는 힘을 얻어가는 일종의 사회 재활의 과정이다”라며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은 일을 배우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겉보기에는 안되는 것 같지만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계속하다 보면, 그리고 기다려주다 보면 장애인들도 분명 일을 배우고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주시에는 15개의 보호작업장이 있고 장애인 노동자들의 평균 급여는 47만원 수준이다. 근로시간과 여가, 프로그램 등을 모두 따지더라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 급여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며 “보통 장애인 보호작업장이라고 하면 돈을 버는 기관이라고 생각해서 일반 복지 시설과는 다르게 바라보시는 분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장애인을 돌볼 인력부터 물자, 예산 등 모든 것들이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맹인안마사를 양성하는 시각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조립·제작·가공 등의 복합적인 사업을 다루는 시설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는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복지마을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나가겠다”며 “우리 사회에서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삶의 모습이 조금 다르다는 정도로만 봐주시고 많은 관심과 격려로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명종 기자 bell@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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