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욱 시인, 시집 『얼룩진 유전자』 출간

 

웃는 것은 표적이 되었다

그렇다고 웃기는 여름에 웃지 않을 수 없다

웃다 보니 표적이 되었다 그렇다면

표적이 되는 것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여름의 일이다 그렇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표적으로 살 수밖에 따로 없는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것이다

여름이 웃었다 나도 따라 웃는다

여름과 나는 그렇게 표적이 되었다 살다 보면

할 수 없는

할 수밖에 없는 사이의 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올여름이 그렇다 올여름에 나는

여름의 표적이 되었다 여름의 표적이 된 이유는

웃은 죄밖에 없다 때론 웃음도

유죄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나는

올여름의 유죄가 되었다 나는 과연

여름의 표적으로 웃으면서 이 나라의 여름 날씨를

번역할 수 있을까

<여름의 표적> 전문

나정욱 시인의 시집 얼룩진 유전자가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1부 여름의 표적, 2부 감자가 묻는다, 3부 구름의 탄생, 4부 이런 이런 이런 날로 구성됐다.

김효숙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나정욱의 정제된 언어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사유를 이끌어낸다. 그러면서도 극심한 경쟁 사회에서 삶이 곧 죽음 상태와 다름없다는 식의 우울에 침윤되지 않고 우리의 삶을 밝은 색상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지금 여기 삶의 문제에 천착하면서도 그것을 지레 비극화하지 않음으로써 은 비극이라는 단정을 피하고자 한다. 시인은 아폴론적 밝음과 만유의 생명성을 구가하고, 사변 철학을 인간의 실존과 현실에 비춰 사유의 치밀함을 녹여내며, 인간이 가장 바라는 아름다움의 가치들을 영원히 말하고자 하는 포부를 이 시집에 담아낸다.”고 설명한다.

나 시인은  생각에서 시작하여 생각으로 끝난다./ 삶도 죽음도 생각의 범주 내다./ 우주의 시작과 끝도 마찬가지다./ 짐승에서 인간으로의 시작도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시인의 말에 적고 있다.

나정욱 시인
나정욱 시인

 

나정욱 시인은 1990년 한민족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며칠 전에 써 두었던 내 문장에서 힘을 얻는다(2019), 눈물 너머에 시의 바다가 있다(2019), 라푼젤 젤리점에서의 아내와의 대화(2021), 얼룩진 유전자(2024)가 있다. 울산문화관광재단 예술창작지원 사업에 선정(2024)됐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울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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