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박진호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동양일보]월동 꿀벌 피해 농가 조사를 할 때였다. 양봉 농가에 전화를 걸어 월동 피해 군수를 대략적으로 확인했다.

“꿀벌 몇 군 정도 남으셨어요?”, “다 죽었어!”, “피해 입으신 사진 찍어 놓은거 있으세요?”, “다 사라졌는데 사진을 어떻게 찍어!” 수화기 사이로 짧은 탄식과 함께 침묵만 흐른다.

올해 초 양봉 농가 현행화 조사를 했을 때에는 기존 양봉 농가에서 절반 정도의 농가만 양봉업을 하고 나머진 그만둔다고 했다. 이유는 벌을 계속 구입해도 벌통 안에 남는 벌이 없어 오히려 더 손해라는 것이다.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유명한 양봉 유튜버가 꿀벌 실종 사태에 관한 내용을 다룬 영상을 보았던 기억이 났다. 당시에는 꿀벌이 사라졌다는 것에 관해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현실에서 양봉 농가에게 직접 들으니 큰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월동 과정 중에 꿀벌들이 줄어드는 것은 통상적으로 있는 현상이지만 2022년 이전 월동 꿀벌 평균 폐사율이 17%인데 반해 최근 3년간 월동 꿀벌 평균 폐사율이 40% 이상이라고 한다.

꿀벌 집단 폐사와 실종의 원인은 아주 다양해 특정적으로 하나를 꼽을 수 없지만, 이상기온과 농약 사용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꿀벌이 월동하는 시기인 11월, 12월에 온도가 올라가 봄이 왔다는 신호로 착각해 여왕벌이 산란을 시작하고, 일벌들은 꿀을 찾아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러나 갑자기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면 꿀벌은 몸이 굳어져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죽게 되는 것이다.

또 고령화된 농촌에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고 효율적인 작업을 하기 위해 지자체에서도 농가에게 드론 방제를 권장하고 있다. 드론에 사용하는 약제는 원액으로, 날아다니는 꿀벌에게 치명적이다.

농작물에 남은 농약으로 인해 꿀벌의 신경계에 영향을 주게 되고 꿀을 찾아 밖으로 나간 꿀벌이 다시 벌통으로 못 돌아오거나 월동 시기에 벌통으로 나가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이게 된다.

꿀벌이 없어져 꿀을 생산하지 못해도 설탕이 있으니 우리 삶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꿀벌이 사라지면 다양한 야생 식물과 동물이 죽게 되고 결국 인간의 식량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가운데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으로 열매를 맺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식량 생산에 있어서 꽃가루를 옮겨주는 동물은 대체가 불가능하다. 그저 조그만 곤충이라고 생각했는데 인간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주는 생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꿀벌은 농업인들의 동반자이며 농업과 불가분 관계이다. 침묵의 봄 저자인 레이첼 카슨은 “자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꿀벌이 아름다운 꽃과 푸른 나무가 있는 건강한 자연 속에서 춤을 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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