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윤희근

 

[동양일보 박승룡 기자]"서운함도 없지 않지만, 경찰개혁이라는 나름의 목표를 이뤄 행복합니다."

충북 청주 미원 출신으로 2년간 치안 총수를 맡은 뒤 9일 민간인으로 돌아간 윤희근(사진) 경찰청장의 퇴임 소감이다. 1991년 경찰대학 7기로 입문, 33년 5개월간 경찰복을 입었던 그는 민간인으로 돌아왔다. 윤 청장을 만나 경찰로 살아온 삶과 임기내 소회, 퇴임 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2년간의 치안 총수로서 보람과 아쉬움은.

-세월이 어떻게 흘러갔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쉬움도 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제가 청장으로 지명될 당시에는 언론에서 ‘독이 든 성배’라고 얘기할 정도로 경찰을 바라보는 대내외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청장이 된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잘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친다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참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마다 경찰조직 대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노력했다. 동료 경찰관들의 헌신과 노력,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성원과 지지를 믿고 우직하게 나아간 덕분에 오늘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룬 경찰개혁이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국격에 걸맞은 법질서를 확립’하고 ‘제복의 품격’을 높여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대한민국이 유독 ‘집회·시위 과정에서 다소의 탈법이나 다른 국민의 평온을 침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는 인식이 이어져 왔는데, 취임 이후 불법 집회에 엄정하고 일관되게 대응해왔고 지금은 법질서 준수의식이 국격에 걸맞게 변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준법이 곧 이득’이 된다는 점을 모두 공감하기 시작한 것 같다.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것 또한 국격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위해 조직개편·교육대개혁 등 현장대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또 ‘제복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공안직 수준 보수 현실화 △복수직급제 △공상추정제 도입 △100원의 기적 등을 통해 복지와 처우를 개선했다. 현장 동료들이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직무에 전념하면 그에 걸 맞는 성과로 귀결된다는 인식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재임 중 가장 아쉬움이 남는 사건·사고는.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일을 꼽자면 역시 ‘이태원 참사’다. 실제 이태원 사고 당시 사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어쩌면 사퇴를 하는 것이 더 쉬운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주변의 만류와 청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었던 일들이 있었기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태원 사고를 겪으면서 경찰청장으로서 국민안전에 대한 깊은 책임을 통감했고, 이후 역사에 부끄럽지 않도록 청장의 직을 걸고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조직을 대혁신 이뤘다. 국민의 평온한 일상이 깨졌을 때 국가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이 경찰에 거는 기대와 그에 따른 우리의 역할에 대해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임기 중 주된 업적은.

-국민안전을 위한 핵심정책 추진에 조직의 역량과 의지를 결집하고 국민이 체감하실 수 있는 성과 도출을 위해 네이밍을 ‘국민체감 약속 1・2호’로 만들었다. 1호는 사기범죄로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 척결을 추진했고, 이에 전세사기 관련 18개 조직 검거와 전세사기범 총 577명 구속했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보이스피싱 발생건수 13%(2만1832건→1만8902건)가 감소했고 피해액도 18%(5438억원→4472억원)가 줄어들었다. 또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를 설치해 보이스피싱 관련 원스톱 상담·지원을 받을 수 있게 제도를 도입했다. 신종사기를 근본적으로 통제·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전담기구 마련을 위해 ‘다중피해사기방지법’ 제정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2호로는 ‘마약과의 전면전’을 선포해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 결과 2023년 마약사범 1만7817명을 검거, 통계산정 이래 최다 인원을 기록을 세웠다. 주요 마약류인 필로폰 압수량 또한 5년 전보다 15배가량 증가했다.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해 건설현장에서의 노사법치를 확립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경찰 근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경찰청장 이전에 충북에서 근무했었는데, 제천서장 시절 제천경찰수련원 건립의 초석을 닦은 것이 가장 뜻 깊다. 제천은 서장으로서 초임 부임지였는데, 마침 산세와 풍광이 좋은 그곳에 고급 휴양 시설들이 많았다. 이런 고급 휴양 시설에 비하면 경찰의 열악한 복지 수준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 경찰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복지시설을 만들기 위한 모든 역량을 다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며 만류했지만 서장 임기동안 관계기관을 설득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고 결국 7년 후에 완공했다. 이것이 제가 서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고 기억에 남는 일이다. 이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경찰청장이 된 이후에도 남해, 신안, 강릉수련원 등을 추가로 착공할 수 있었다. 앞으로 수련원들이 완공되면 현장의 동료들이 긴장되는 일터에서 벗어나 수련원에서 잠시 나마 여유를 가지면서, 일과 삶에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계 진출 등 퇴임 후 계획은.

-돌이켜보면,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경찰 제복을 입었고, 그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조국·정의·명예의 가치와 제복인의 사명감을 가슴 속에 새기며 국가와 국민에 대한 헌신을 지향점 삼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경찰관으로서 살아온 삶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차분히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각종 사건·사고에도 대한민국 경찰을 믿고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경찰을 믿어주시는 만큼 임기를 마치는 마지막 날까지 ‘국민의 평온한 일상 지키기’라는 목표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겠다. 마지막으로 경찰이 행복해야 국민을 편안하게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은 저의 확고한 철학이다. 국민께서도 경찰을 제복인으로 예우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



△윤 청장은 1991년 경찰대학 7기로 경찰에 입문해 제천경찰서장, 경찰청 경무담당관, 서울청 공공안연정보의사부장, 경찰청 자치경찰 협력정책관, 경찰청 경비국장, 경찰청 차장, 23대 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박승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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