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애 충북도 문화정책팀장

박경애 충북도 문화정책팀장

[동양일보]지난해 6월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은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지수 보고서’에서 2023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오스트리아 빈을 선정했다.

빈은 지난 5년 중 4년이나 1위를 차지했다. 빈을 이어 덴마크 코펜하겐, 호주 멜버른, 시드니가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과 부산이 각각 아시아권에서 4위와 6위로 오사카, 도쿄, 싱가포르 다음 순위였다. EIU에서 발표하는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순위는 도시 안정성, 의료, 문화·환경, 교육, 인프라의 총 5가지 분야로 도시를 평가해 결정한다. 오스트리아 빈, 호주 멜버른, 캐나다 벤쿠버 등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도시들은 문화 및 환경부문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도시만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는 지역 특성을 내포한 역사적인 건축물과 랜드마크, 풍부한 문화유산과 이와 연동된 다양한 활동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룰 때 발현된다.

충북도에는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문화유산이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근대건축문화유산인 도청 본관을 꼽고 싶다. 도청 본관은 1937년 10월에 신축됐으며, 일제강점기의 전형적인 관청건물로 외벽에 스크레치 타일을 붙인 서양식 절충 양식의 건물이다. 지역의 행정기관으로서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강하며, 그간의 역사를 함께 공유한 공간으로 본관 건축물이 지닌 장소적 매력을 활용해 창조적 상상력으로 업사이클링해 매력 있는 건축물로 조성될 경우 본관이 지닌 상징성은 배가 될 것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행정관청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에 과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도청본관 건물에는 놀라운 스토리가 있다.

도청 본관은 주민이 애용하던 체육복합문화여가 시설을 포기하고 총독부발 충남북합병설과 도청 이전설에 맞서, 민·관이 한마음으로 지켜낸 충북도민의 의지가 담긴 100년을 품은 건축물이다. 또한 도 청사 중 공사비(21만원)의 70% 이상 도민 기부(15만원)에 의해 건립된 유일한 도민의 청사이다. 도청 이전에는 종합적 성격의 시가공원으로 도민의 체육․문화․휴식의 공간이었으므로, 제2청사 건립을 계기로 도민의 시설로 개방한다면 도민의 품으로 되돌려 준다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도청 본관은 충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청주 원도심 근대문화유산을 연계해 도보관광벨트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인 ‘충북 문화의 바다 공간 조성’의 핵심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도청 인근 당산공원, 청주향교 등 근대문화유산 등과 연계해 도청의 역사성과 개방성을 활용해 공간적 단절성을 극복하고 성안길 수요 연계를 위한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해 문화의 파도를 일으키고 문화의 물결을 이룰 것이다.

‘문화의 바다’ 사업과 연계, 지역의 ‘커뮤니티 공간’ 확보 및 원도심 활성화를 도모하고 도민의 시설로 개방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활용 용도에 대해 도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운영프로그램 등 콘텐츠 개발, 경관적 아이덴티티 확보, 공간리모델링, 운영조직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측면을 고려할 것이다.

내가 머문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길 바라는 마음처럼,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그다음이 존재하는 것처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삶. 도민에게 받은 공간에 대해 도청으로 최선을 다해왔고 그 공간을 다시 도민들에게 다시 돌려준다면 다음이 존재하는 미래세대로 이어주는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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