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의 인간관계와 그 불완전성 조명
차선우 작가, 장편소설 『기념스탬프를 조심하라』 출간
돈이 많다면서 그 많은 아르바이트를 왜 했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재벌 2세나 3세들이 생의 무료를 견디려는 수단으로 술이나 마약에 탐닉한다는 말을, 그래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말을 들었지만 저 인간의 종류도 다양한 아르바이트는 대체 뭐지 싶었다. 태생의 부조리를 일찍 알아챈 부잣집 아들의 광기 어린 반항? 공격적 자해? 자신을 학대하는 걸로 순간의 정염에 헌신했던 이들을 단죄하려는 목적으로? 이 밭에서의 기거도 그 연장선인가? 아무튼 정체도, 생각도 도통 알 수 없는 인간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 커졌다.
장편소설 『기념스탬프를 조심하라』106~107쪽 발췌
차선우 작가의 장편소설 『기념스탬프를 조심하라』가 도서출판 바람꽃에서 출간됐다.
이 소설은 서울 토박이 이십 대 여성의 풀 뽑기 노동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관계와 그 불완전성을 조명한다.
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목적에 의해 결속을 강요하는 가족과 완벽한 가족 이면의 배타성, 이기심을 들여다본다. 또 경직된 신념이 가진 폭력성과 선악의 모호성을 부각하고 있다. 무마하려는 노력을 하면 할수록 상황이 꼬이는 주인공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심리와 사회적 관계가 섬세하게 펼쳐진다.
장마리 소설가는 추천사를 통해 “차선우의 『기념스템프를 조심하라』는 뜻밖에 우리 삶에서 있을지 모르는 ‘문득’, ‘만약’이라는 부사어를 떨치지 못하고 작품의 서사를 따라가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며 “‘악의 없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와 ‘교양과 배려를 앞세워서 타인의 행동을 제어하고 소리 없이 추궁하’고 ‘은근히 간섭하면서 사고와 행동을 획일화’하는 가진 자의 문화가 가지지 못한 자를 구별하고 차별하는 상징적 폭력임을 깨닫는다”고 설명한다.
차선우 작가는 “새 인물을 가공하는 작업을 아주 놓을 수는 없는 터, 오래 갇혔던 파일 속 존재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 놓기로 했다. 이런 일은 매번 부끄럽지만,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울림이나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하고 희망한다”고 작가의 말을 통해 전한다.
차선우 작가는 원광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11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을 받았다. 소설집 『우리는 많은 것을 땅에 묻는다』와 테마소설집 『마지막 식사』가 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