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봉 한국전력 충북본부 재무자재부장

[동양일보]지난 8월 8일 한전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었다. 영업이익 1.3조로 지난 ’23년 3분기이후 4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으로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 걱정과 파산에 대한 우려는 어제의 일이 되었고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한전 주식에 투자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주가도 이를 반영하듯 장기 우하향 침체를 벗어나 2만원대로 반등하고 있다.



하지만 한전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근 보여지는 재무적 수치만큼이나 실제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전의 2분기 흑자는 발전 자회자 덕에 기인한 것으로 한전만으로는 900억대 적자로 돌아서 그동안의 3분기 흑자 행진을 마감하고 적자로 전환된 상황이다. 또한 현금 유동성 부족으로 여전히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현재의 흑자수준으로는 누적적자 43조를 해소하기에는 140년이 걸리며, 영업이익으로 차입금(약 202조원)의 이자비용을 충당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미만의 좀비기업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세월 천문학적 누적 적자와 과다 부채의 그림자가 여전히 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 전기요금 원가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벌여진 상황이지만 양호해 보이는 최근 재무 수치는 한전으로 하여금 요금을 올려달라는 읍소를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즉, 내수 침체와 물가 상승 우려속 소폭의 흑자 시현은 한전 스스로 반가워 할 수 만은 없는 상황으로 오히려 한전을 딜레마 속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어쨌든 한전은 흑자인데 서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꼭 요금을 올려야 하느냐는 질문을 마주하게 한다.



최근 흑자로 인해 한전은 당장 요금인상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피력하기에는 매우 조심스러운 시점이지만 명백한 것은 한전의 천문학적 누적적자와 과다부채 문제는 반드시 해소되어야 하며 연료비의 드라마틱한 하락이 없고서는 현재의 전기요금수준이 재무건정성을 회복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설비확충·보강 등의 전력망 투자를 지속하기 위한 재원도 하루 빨리 확보되어야 하며 요금인상이 선행되지 않고는 국가 송전망 적기건설을 통한 반도체, 첨단산업 주도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정부의 구호도 공염불이자 말장난이 될 우려가 있다.



아울러 전기요금의 인상은 직원의 급여·복지 향상을 위해 쓰여지지 않는다. 요금인상이 일부 있었던 지난해 어려운 회사 상황으로 인해 재무부서장인 필자를 비롯한 한전 직원들의 급여와 복지가 축소된 바 있다. 또한 흑자 전환된 현재에도 한전은 예산 절감 및 부동산 매각 등 정부와 정치권에서 요구하고 있는 자구노력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앞으로 혹여나 있을 전기요금 인상은 도민여러분께 가계의 부담으로 연결되므로 분명 즐거운 상황일 수는 없으나 전력산업 정상화,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음을 알아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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