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시간’ 강연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지난달 30일 충북학연구소와 포석조명희문학관이 공동주최한 2024 1차 충북학포럼이 진천 포석조명희문학관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충북의 디아스포라, 이주와 혼동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러시아는 물론 중앙아시아권 고려인의 정체성을 작품으로 계도하고 보존해온 고려인 5세 화가이자 소설가인 미하일 박(74)이 참석해 기조강연을 했다. 그에게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시간’을 들어봤다.
그는 “나는 1949년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 출생으로 고려인 5세다. 나의 선조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어부로 생활하던 중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옮겨와 살다가 61년 타지기스탄으로 이주하고, 나는 그곳에서 대학을 다녔고 졸업 후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를 유랑하며 작품활동을 해왔다. 현재는 대한민국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며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타지기스탄 두샨베 미술학교를 다니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전기기술자, 전기기사, 기계공, 화가로 생계를 위한 직업과 창작활동을 병행했다. 1973년부터 전시회를 시작, 모스크바, 알마티, 파리, 서울 등에서 20여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그후 문학에도 전념해 <흰닭의 춤> <사과가 있는 풍경> <헬렌의 시간> 등 7편의 장편소설, 8편의 중편소설, 2편의 희곡과 20여편의 단편 등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특히 “나는 보편적인 가치를 다루며 인간과 주변 세계에 대해 가능한 따듯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것들을 표현하고자 한다. <해바라기 꽃잎 바람에 날리다>는 초기에 러시아로 이주해 간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첫 번째 작품이고 <헬렌의 시간>도 한국인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한민족만의 특별한 역사적 관점보다는 그 시기 어느 가족의, 또는 보통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세계 어느 곳, 어느 누구 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 관점을 통해 더 많은 공감대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디아스포라 문학이 구심점이 돼 세계로의 확장을 꾀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명희 선생은 문학을 통해 일제의 야만성을 폭로하고 망명 이후 18만 연해주 고려인에게 한글문학을 가르친 디아스포라 문학의 선구자로서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한껏 높인 세계적인 작가이자 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이다. 선생의 정신을 존경하고 기리며 진천에 이런 문학관이 건립돼 있는 것에 무한한 경의를 표하는 한편 후대에까지 보전될 수 있게 더 많은 자료에 대한 발굴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자리를 빌어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 알리스르나워이 국립문학박물관 내에 있는 조명희기념관에 놓고 온 나의 그림 한 점이 그곳을 방문할 많은 관람객들에게 다시 한번 선생을 기억하는 매개체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미하일 박은 누구?>
미하일 박은 2001년과 2007년 발렌타인 카타예프 문학상, 2010년 쿠프린 문학상, 2001년 한국펜클럽문학상, 2007년 KBS 예술문학상, 2015년 대한민국작가연합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1992년 독일에서 단편소설 2편, 1995년 한국에서 산문집 6권, 2002년 캐나다에서 시집, 2018년 중국에서 소설 <사과가 있는 풍경>이 소개됐다. 2004년부터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윤후명의 <둔황의 사랑>,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전 2권 등 한국작가의 작품 4권을 러시아어로 번역 출간했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