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의 삶에서 끝까지 놓지 않은 희망의 행간
오명희 작가, 소설집 『7인의 초대』 출간

 

세상과의 작별을 준비하면서도 우리는 남아 있는 자들에 대해 걱정하고 있구나……. 천애고아도 만에 하나 자신을 알아볼지 모를 버린 부모를 염려한다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왔어. 아이는 항상 부모를 용서한다는 심리학자의 말이 떠올랐어. 사랑받은 기억 없이도 제 부모를 용서할 수 있는 관대함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 부모의 품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는 아직도 순수한 시선으로 무책임했던 부모의 과거를 용서해 주고 있어.

- 19p, 사롬 있수과?중에서

 

우리의 인생은 불현듯 찾아오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예상하지 않았던 시간으로 초대받고, 갑자기 닥친 불행에 한없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잘 견디며 사는 것 또한 주어진 생의 시간이다.

- 52p, 7인의 초대중에서

 

 

오명희 작가
오명희 작가

 

오명희 작가의 소설집 7인의 초대가 메이킹북스에서 출간됐다. 이번 작품집은 사롬 있수과?, 7인의 초대, 빛나, 이별하기 좋은 날, 퍼스널 히스토리(personal history), 늦은 배웅, 경계를 허문 기적, 무연(無緣)한 날들의 보고 등 8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됐다.

7인의 초대를 관통하는 주제는 죽음과 애도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의 생전이별식 7인의 초대부터 각각의 이유로 제주에 모인 자살자 모임사롬 있수과?의 사연이 그러하다. 펫시터로 일하는 한편 버림받은 동물들에게 죽음을 선물하는 주인공의 모습퍼스널 히스토리, 형의 부재와 비극적인 죽음, 그 끝에 치매에 걸린 노모와 화해하는 이야기늦은 배웅또한 그러하다.

오명희의 소설들은 지극히 당연한 일상에 끼어든 작고 고요한 파문에서 시작한다. 파문이 점차 거센 파고가 되는 동안 독자는 인물들에게 숨겨진 내밀한 상처를 문득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섬세한 문장으로 상흔을 가진 이들의 속깊은 마음을 하나둘 끄집어낸다.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낸 주인공들은 우리 자신과 꼭 닮아 있다.

그들이 이별하고, 누군가를 잃고, 애도하고, 서로를 보듬고 쓰다듬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들은 깊은 공감과 위로로 다가온다.

무겁고 암울할 수 있는 주제지만 작가는 결코 그 속에 매몰되지 않는다. 이들은 예상하지 않았던 시간으로 초대받고, 갑자기 닥친 불행에 한없이 무너지기도 하지만용기를 내 한 발 앞으로 내디딘다.

예측불허의 삶, 어디로 초대될지 알 수 없는 삶이지만 그저 내 몫의 한 걸음을 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긴 터널 끝에 마주하는 환한 햇볕처럼 소설의 말미는 희망이 행간 가득 자리한다.

전기철 문학평론가는 오명희 작가는 우리 시대를 죽음의 시대라고 본다. 그는 그 죽음을 그대로 두지 않고 애도로 이끈다우리 시대의 왜곡된 인간관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죽음이 아니라 애도를 시대정신으로 가져야 함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한다.오명희

오 작가는 네번째 작품집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유한한 인간의 삶에 우리는 누구를 초대하고 초청받을 수 있을까요. 책이 나오는 과정에 수고해 주신 출판 관계자님과 경기문화재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우리 모두 안녕히 지냈으니 그걸로 되었습니다. 다시 처음의 출발선에서 새로운 작품을 구상합니다. 시작의 길에서 늘 새로울 수 있는 예술가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

오명희 작가는 세명일보 신춘문예에 수필 당선, 충북작가 신인상 소설이 당선됐다. 개천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마지막 수업, 안녕하세요, 대단한 가문이 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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