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전업농 귀농·귀촌 성공 스토리...사과 생산 연 4억~5억원 매출 올려

김종기 대표

[동양일보 윤규상 기자]어릴 때 꿈은 컴퓨터 박사였지만, 성인이 된 뒤 돈을 아주 잘 버는 듯한 부모님 모습에 반해 농사꾼으로 변신한 충주 충님농원 김종기(38·사진·충주시 가주동 445~2) 대표.

김 대표는 무슨 사연이 있을 법한 농장 상호 출처를 묻자 부모님 이름 한자씩을 따 와서 지은 것이라고 아주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충주 토박이로 한국교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첫 번째로 대구에서 물류센터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3년여간 물류센터 일이 손에 잡힐 시기에 그는 평온히 근무했던 직장생활을 갑자기 관두고 농사꾼으로 변신했다.

그는 “부모님이 과수원을 운영하시는 데 돈을 너무 잘 버는 것 같아 직장생활을 접었다”라고 농사꾼 입문 계기를 설명했다.

1만8000여㎡에 달하는 부모님 과수원은 초보 농사꾼이 과수 일을 배우기 버거웠지만, 1년여 지난시기에 자연스레 청년 승계농으로 자리를 잡았다.

승계농은 부모님 농사일 가업을 이은 자식에게 붙이는 행정 공용어다.

그는 농사일을 병행하며 시 농업기술센터를 들락거리며 국가가 청년 승계농에게 주는 혜택이 무엇인지 유심히 살펴봤다.

마침내 그는 보조금 지원제도는 없지만, 국가가 주는 장기 저리 금융 지원정책을 눈여겨본 결과 청년 승계농에게 5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장기 저리로 빌려주는 제도를 알아냈다.

곧바로 지원제도 조건을 맞추기 위해 농업기술센터가 주관하는 교육에 열심히 참여하고 해당 과정을 이수해 마침내 요건을 갖췄다.

자금 5억원을 연리 1.5%로 7년 거치 20년 상환으로 빌려주는 정책자금은 김 대표에게는 ‘가뭄 끝 단비’였다.

국가가 청년 승계농에게 3년간 월 100만원을 보조해주는 정책은 김 대표가 농사일에 전념하는 원동력이다.

직장생활을 통해 모은 1억원과 금융기관에서 정책자금 2억원을 빌린 그는 부모님 과수원 인근에 9000㎡에 달하는 과수원을 매입, 처음으로 ‘내 땅’이 생겼다.

이왕 청년 승계농으로 자리를 잡겠다고 맘먹은 김 대표는 곧바로 ‘내 땅’ 바로 옆에 약 1만여㎡에 달하는 과수원 부지를 임대해 사과 경작에 나섰다.

부모님 소유 과수원 1만8000㎡에다가 ‘내 땅’ 9000㎡와 빌린 땅 1만여㎡로 경작하는 수준은 청년 승계농 처지에서 부담스럽지만, 꾸준히 농사기법 전수와 기량을 기른 결과 10여년 만에 안정적 과수원 경작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 대표의 경작 기술과 판매 기법은 주위에서 청년 승계농 다운 모습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는 연간 생산 품목을 적절히 안배해 수확 후 판매에 나서고 있다.

봄철부터 과수원에 들인 노고는 초여름부터 빛을 보이며 7월 말부터 8월초까지 아오리 사과 품종을 수확해 판매하고 있다.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는 이른바 ‘추석사과’로 불리는 홍로 품종을 집중적으로 수확한 뒤 판매해 ‘즐거운 한가위(?)’를 보내고 있다.

9월 중순은 아리수 품종을 수확해 판매하고 9월말부터 10월 초는 시나노골드·양광 품종을, 10말부터는 부사 품종을 각각 수확해 출하하고 있다.

이 같은 기법은 비수기를 맞춰 저장고를 활용하고 일 년 내내 고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가운데 제일 비싼 사과는 홍로와 부사 품종으로 김 대표 주머니 사정을 늘 넉넉하게 해주고 있다.

김 대표가 생산하는 물량은 약 150여t으로 과수원에서 사용하는 노란색 상자 약 8000개 분량이며 총 매출은 연간 약 4억~5억원 정도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생산량 가운데 50%는 농협을 통해 계통출하로 농산물도매시장으로 가고, 나머지 물량 50% 정도는 국도변 휴게소와 충주씨삽을 비롯해 부모님 기존 거래처에 납품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고품질 사과 생산을 위해 충주농기센터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센터에서 공급하는 EM과 아미노산, 미생물 자재 등을 최대한 토양에 많이 살포해 맛좋은 고품질 사과 생산에 힘쓰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인력을 최소화하고 기계화를 통해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전공을 살려 과수원에 스마트시설을 도입, 노지에서도 안정적으로 사과를 생산하는 과정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서울 태생인 여자친구에게 농사꾼이 돈 잘 버는 직업이라고 ‘선의의 거짓말’로 결혼해 충주에 정착한 동갑내기 아내와 1남 1녀를 두고 있다. 충주 윤규상 기자 yks0625@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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