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영 충북도 환경산림국장

신성영 충북도 환경산림국장

[동양일보]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가 지났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했던, 덥다 못해 뜨거웠던. 여름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선선해진 주말 저녁, 패션에 민감한 두 아들을 데리고 모처럼 아버지 역할을 하기 위해 쇼핑몰에 들렀다. 입을 옷이 없다는 투정을 입에 달고 다니는 아이들을 위해 지갑을 열 참이었다.

소위 패스트 패션이라 불리는 브랜드 매장에 들렀다. 화려한 색상과 다양한 종류, 겉옷부터 양말, 속옷 심지어 실내화까지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이었다. 장바구니에 가득 채워도 지갑에 부담도 덜 했다.

패스트 패션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최신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공급해 상품 회전율을 높은 패션을 말한다. 계절에 앞서 상품을 내놓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달리 유행에 맞춰 바로바로 만들어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인 자가 상표 부착제 유통 방식(SPA, 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181 톤에 불과했던 전국 폐의류 발생량은 202210만 톤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폐의류를 포함한 생활폐기물의 양이 201846000여 톤, 2022년에는 1006만여 톤으로 집계됐다.

생활폐기물은 전반적으로 줄어든 반면, 폐의류의 양이 급증한 것인데 패스트 패션의 영향이 크다. 재활용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는 일 년에 약 1억 톤의 의류가 생산되고 그중에서 약 15%만 재활용된다. 나머지 75%는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으며 해마다 전 세계 패션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는 버려진 옷이 무덤을 넘어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는데 소들이 그 위에서 그 옷을 먹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 옷 수출량은 세계 5위로 대부분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수출되고 있다.

패스트 패션과 달리 이러한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하고 유행을 따르지 않으며 옷의 생산과 소비 속도는 늦추는 패션을 슬로우 패션이라고 한다.

옷을 한 번 사면 오랫동안 입고, 노화되면 수선하거나 더 이상 입지 않을 때는 교환이나 재판매, 대여 등의 방법으로 옷의 수명을 연장한다.

매년 9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96은 서로를 거꾸로 한 숫자인데 폐기물도 다시 보면 소중한 자원이다라는 의미에서 96일을 기념일로 택했다.

올해로 16번째인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충북도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특히 97일 도민들에게 개방된 도청 서문 쌈지 광장에서 슬로우 패션쇼도 열린다.

옷장의 21%만 입고 있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안 입는 옷을 재디자인하여 쇼를 진행한 것이다. 스페셜 게스트로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모델로 깜작 등장하기로 했다.

바야흐로 기후변화 시대에 자원순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음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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