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증평군수
[동양일보]‘아는 만큼 보인다.’ 무엇인가 진가(眞價)를 찾기 위해서는 그 이상으로 알아야만 가능하다는 이 말은 예술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아무런 노력 없이는 얻어지는 것이 아닌 부단한 노력과 엄청난 내공이 필요한 서술이다. 안다고 다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예술의 영역에서는 모르면 보이지 않는 것이 진리이다.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라는 명제는 지금 증평 민속체험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국보 순회전: 모두의 곁으로”가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국가의 보물이 지방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주도면밀하고 치밀하게 증평의 역사문화와 국가유물들과의 상관관계를 설득하는 논리로 국보와 보물 그리고 유물을 우리 증평지역에 전시하게 된 것이다.
이번 특별전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는 국가유물을 지역을 찾아 모두의 곁으로 함께하고자 기획된 것으로 증평이라는 지역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충북 도내에서 유일하게 청동기시대를 만나보게 된다는 것은 신선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더욱이 이제까지 한 번도 국보가 우리 증평을 찾아온 사실이 없기에 지난번(9월 6일) 전시 공간인 증평민속체험박물관에서 열린 개막식의 감동이 진한 여운으로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증평은 선사시대의 유물들이 출토되며 귀중한 역사자원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발견되는 유구한 역사가 우리의 삶을 발전시켜 온 지역이다. 역사를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으로 본다면 증평의 역사는 군으로의 역사와는 별개로 지역으로서의 흐름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위대한 사실들이 당당하고 자부심이 있는 지역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농경문청동기’는 청동기시대에 농경과 관련해 제사를 지낼 때 사용되었던 의식용 도구로 한 면에 밭을 일구는 남성과 새 잡는 여성, 다른 한 면에는 나뭇가지 위에 새가 앉아 있는 장면을 새긴 유물이다. 이외에도 2점이 더 전시되고 있는데 증평의 선사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온 유구한 역사성을 감안하면 증평지역에서의 전시가 그리 생경한 것은 아니다.
증평군민들께서는 지금으로부터 기원전 1500년 전후로 형성된 청동기시대의 유물인 마제석검으로 인하여 자부심을 지켜오고 있다. 1977년도에 출토된 마제석검은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유물로 국립청주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며 청동기시대 청동 연마 기술과 농경문화를 잘 나타내 주고 있는 유물로 시대를 담고 역사를 엮고 있다.
농경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장뜰 들노래도 무형문화 자원이기는 하나 청동기시대부터 농경의 고단함을 노래로 흥얼거리고 이를 집대성해 농요로 재편하고 축제로 승화시킨 것도 어찌 보면 필연이었을 것이다. 증평은 청동기시대의 고인돌과 선돌도 다수 출토되어 시대를 넘어 엄청난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준 지역임이 분명하다.
또한 증평은 4세기 중엽인 한성백제 시기에 한성 이외의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흙으로 쌓은 토축산성이 존재하는 지역이다. 추성산성으로 지방에 존재하는 가장 큰 규모로 백제가 한성으로 도읍을 정한 후 쌓은 산성으로, 내성과 외성의 이중 구조로 된 남성과 북성의 독특한 배치와 초기 단계의 판축 기법과 성토 다짐이 사용됐고, 다양한 출토된 유물을 통해 당시의 생활 모습과 삼국을 둘러싼 정세를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토성이며, 성벽의 잔존상태가 양호하여 중요한 학술 가치도 있는 추성산성은 국가사적 527호로 관리되고 있다.
역사적 연관성이 깊은 증평에서 이번 특별전이 열리게 된 계기가 증평군 공무원의 문화재에 대한 안목과 소양 그리고 국가유물의 귀중함을 아는 지혜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국가 보물의 경우 대부분 순회전시를 기획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드물게 역사문화를 가까이에서 접하고 ‘그 속에 깃든 역사적 가치를 발견’하도록 특별전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기획하였다. 그 첫걸음이 ‘국보 순회전: 모두의 곁으로’인 것입니다.
전액 국비로 전시되는 이 특별전은 증평군에서 공개모집을 통하여 유치한 것이다. 국보에 대한 식견 없이는 유치하기 힘든 국책과제를 당당하게 가져온 것이다.
이제 이번 전시를 계기로 단순한 전시를 넘어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유산에 대한 학술연구와 지역문화 활성화에 서로 협력을 통해 지역문화의 창달과 확산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전시유물은 3점으로 보물로 교과서에 실린 친숙한 문화유산인 ‘농경문청동기’와 신성한 곳이나 옷에 매달아 종교의식의 권위를 높여주는 ‘방패형동기’ 그리고 고(故) 이건희 회장 소장품으로 정교한 문양과 독특한 모양으로 가치가 있는 국보인 ‘청동방울’등 이다.
진귀한 국가유물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전은 증평의 문화를 넘어 시간과 공간을 깨는 아주 희귀한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증평은 이미 문화교류의 결절지로서 역할을 해온 지역임이 시화 역참을 통하여 또 도안(道安)이라는 길이 편한 지역으로서의 지명을 통해 고증됐다.
문화를 넘어 시대를 이어주는 기획전을 아는 만큼 보는 실력을 갖춘 증평군의 역량으로 준비하였기에 단순한 전시가 아닌 혼과 열정의 정신이 깃든 결정체로서 증평지역의 성숙함을 보여준 결과물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8일까지 증평군 증평읍 남하리 일원에 있는 민속체험박물관에서 개최되며 국가유물과 함께 증평지역의 역사도 알 수 있는 전시와 교육 그리고 체험행사도 함께 진행한다.

